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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

Posted September. 05, 200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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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관련 발언에 대해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는 대체로 대통령으로서 자제하면 좋았을 발언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이 대통령을 자극한 것 같다는 시각도 있었다.

현직 법조계=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통령이 법리적으로 얘기할 게 아니다라고 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할 대통령으로선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볼 수 있는 대통령이 이 체제를 유지해 온 법을 악법으로 모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의회를 장악한 대통령이 사법부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소신대로 하겠다는 것 같아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같은 사법부 최고 기관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모양새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기관의 수장인 대통령이 입법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폐지 발언을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공안계통의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의 발언은 법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의 다른 판사는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라며 사실 국보법이 이제 변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국회의 논의를 거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재야 법조계=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 이승환() 변호사는 낡은 유물을 폐기한다는데 폐기라는 것은 용도가 없을 때나 쓰는 말이라며 지금 국보법을 없애는 것은 칼을 칼집에 넣는 것이 아니라 칼을 부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 김갑배() 법제이사는 남북관계 변화 등을 고려해 폐지가 마땅하며 국보법이 없어도 국가안보에 지장이 없을 듯하다면서 사법부는 이데올로기적인 접근,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미래와 긴 역사라는 큰 틀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단체의 성격에 따라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아직까지 남북한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보법 폐지는 일방적으로 우리만 빗장을 푸는 격이라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국보법 폐지는 전 시민사회가 그동안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조용우 신수정 woogija@donga.com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