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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살리기, 총론만 되뇔 건가

Posted October. 25, 20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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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출범 이후 1년 8개월 사이 정부와 권력주체들이 경제 살리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경제와 민생의 불안한 현실은 그대로이거나 더 악화되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고 다시 묻게 된다. 대통령은 경제문제를 길게 말했지만, 언제까지나 원론적 과제 확인에 머물 것인가 하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정권측은 말과는 달리 다수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정치적 이슈들을 들고 나와 정쟁()과 갈등을 키우기에 바빴다. 경제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구체적으로 풀어야 할 시간과 역량을 허비하다보니 국력은 모아지지 않고, 경제전문 관료들도 평론가처럼 돼버렸다. 분명한 정책으로 돌파해야 할 과제들을 놓고 A가 되면 B를 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법인 양 내놓는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분규와 혼란의 만성화가 경제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불확실성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여당이 총선에서 이기고 대통령이 탄핵에서 벗어난 뒤의 5, 6개월만 돌아보자. 이 기간만이라도 수도 이전, 친일 및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야당 및 비판언론 흔들기 등에 매달리는 대신 경제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국내외 신뢰가 회복되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는 분위기도 확산됐을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실질적 여건 조성과 구체적 정책 추진에 매진해줄 것을 정권측에 거듭 호소한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억지 약속을 받아내고,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되뇐다고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노 대통령은 어떤 뜻으로 문제는 경제시스템이라고 했는지 몰라도 시장의 자유와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 현 정권은 투명성, 공정, 평등, 분배 등의 가치를 앞세워 기업과 시장에 지나치게 간섭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도 규제 완화를 총론으로 반복했을 뿐이다. 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를 앞당길 것이라고 했지만 경제 사회 각 부문에서 경쟁 동기()를 약화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육성하고 핵심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반()경쟁적 교육관이 득세한다. 이런 정치와 정책으로는 대통령이 강조한 인적자원 개발, 기술력 제고, 개방경쟁체제 구축, 국가경쟁력 강화를 실현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치 사회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안정을 깨는지 정권측의 자기성찰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법질서의 확립을 누가 방해하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정권측이 책임을 인정하고 시정한다면 국민적 경제심리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