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신문법안을 다시 수정한 것은 언론개혁을 내세운 이 법안이 실제로는 비판신문을 겨냥한 악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다. 당초 이 법은 일간신문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사의 점유율 합계가 60%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각종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 조항도 공정거래법이 정한 기준인 1개사 시장점유율 50%, 3개사 합계 75%를 훨씬 낮춰 적용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새 기준으로도 동아 조선 중앙일보 3개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자 법안을 또 고친 것이다.
이것은 특정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법조항을 멋대로 재단하는 표적입법의 전형이다. 이번에 점유율 계산대상에서 경제지, 지방지 등을 모두 빼버리고 서울에서 발행되는 10개 종합일간지로 한정한 것은 여당이 3개 신문 죽이기라는 속내를 만천하에 드러낸 꼴이다.
여당은 일부 신문에 의한 여론 독과점이 심하고 종합일간지만이 내셔널 어젠다(국가적 의제)를 다루기 때문에 종합일간지로 국한했다지만 신문 가운데 종합일간지만이 여론형성 기능을 갖는다는 말은 근거 없는 억지다. 여론 독과점 문제를 따지자면 방송이 여론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방송 신문 인터넷 등 전체적인 여론시장에서 3개 신문의 비중을 분석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여당이 여론 독과점을 들고 나오는 것은 속셈을 숨기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속셈은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을 옥죄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악법이 현실화되면 우리 사회는 신문의 권력 감시 기능 약화, 언론자유 위축, 민주주의 후퇴라는 치명적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여당 법안은 정당성 합리성을 결여했다는 점에서 개혁을 빙자한 횡포다. 이번 법안 수정으로 도덕성마저 상실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여당은 앞으로 신문법안을 외칠 때 개혁이란 말을 빼놓고 말해야 한다. 권력측의 속내가 뻔한 이런 식의 언론개혁은 결코 용납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