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21일 신 헌법 제정 추진본부를 가동하면서 일본 정치권의 개헌 추진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일본을 확고한 동맹국으로 남기기 위해 개헌을 지지하고 있어 개헌은 자연스레 내년 일본 정계의 화두로 등장하게 됐다.
향후 일정=추진본부장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1일 첫 회의를 열고 내년 11월 15일, 창당 50주년 기념일까지 시안을 확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재임(중의원 해산이 없으면 당 총재 임기인 2006년 9월까지) 중 개헌안을 확정짓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개헌안을 확정, 공포하는 일은 후임자에게 넘기더라도 개헌 자체를 고이즈미 작품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강해 개헌 작업은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신 헌법 기초위원회 위원장에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임명됐고 산하에 안전보장 여성 일왕제 도입 참의원 폐지 지방자치 등을 주제로 한 소위원회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의 개헌 작업은 그간 헌법조사회가 맡아 왔으나 자위대 간부가 자위대의 군대화를 비롯한 몇몇 대목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고 참의원 측이 양원제 폐지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헌법조사위 활동은 중단됐다.
전망=일본 헌법은 1947년 제정된 뒤 개정된 적이 없다. 따라서 개헌안에는 여성 일왕제 용인, 환경권, 남녀평등권처럼 시대 변화를 반영한 내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핵심은 헌법 9조의 개정이다.
9조 1항은 전쟁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이며 2항은 군대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한다는 것이다. 헌법조사위 초안은 1항은 그대로 둔 채 2항을 대폭 개정,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군대로 만들고 집단적 자위권도 보유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같은 개정 방향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 일본 국민들의 개헌 지지 의견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민당이 추진본부 이름을 개헌이 아닌 신 헌법 제정이라고 한 것도 이런 여론을 고려해 개헌 대 호헌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교도통신이 9월 중참의원 의원을 상대로 조사한 개헌 찬성률은 84.5%나 됐다. 호헌 세력의 대표선수 격인 사회당의 몰락에 따른 결과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제1야당인 민주당 역시 당내에 헌법조사회를 만들어 독자적인 초안을 마련 중이다.
조헌주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