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에서 옛날 사건을 소재로 한 퀴즈 프로그램을 보았다. 1950, 60년대 우량아 선발대회의 평가기준은 몸무게 외에 어떤 것이 있었을까, 196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때 길이는 어떻게 쟀을까 등을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비만을 공공의 적처럼 보는 시대, 노출과 복장이 자유화된 이 시대에 그런 일들은 코믹하다 못해 엽기적으로 보일 만하다. 1960년대를 이런 식으로 되돌아보는 방송은 흔히 있었고, 나도 가볍게 웃어넘기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분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과거를 모두 청산 대상으로 몰아가는 요즘 분위기에서 생긴 피해의식 때문인지 모르겠다.
최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춥고 황량한 벌판에서 남북간에 물꼬를 터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눈물겹게 느껴졌다. 그곳에서 남한의 1950년대 산야를 연상시키는 민둥산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을 독일 영국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조림 성공 국가로 발표한 적이 있다. 한국은 특히 전국적으로 황폐해진 산림을 불과 몇십 년 사이에 복구해 낸 세계 초유의 성공 사례로 꼽혔다. 제3공화국이 이루어 낸 큰 업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며 우리는 치열한 역사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그러나 그 전쟁에서 우리는 과연 당당할 수 있을까? 예컨대 3공의 역사를 한쪽에서는 혹심했던 인권 탄압의 측면으로만 보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경제 발전과 근대화의 업적만을 부각시킨다. 빛과 어두움을 동시에 아우르며 그 명암이 어떻게 어우러져 그 시대를 만들어 갔는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일부 인문사회과학자들이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연구출판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모두 겸손해지고, 양 눈으로 역사를 보며, 균형 감각을 되찾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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