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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채널 없어 발만 동동

Posted February. 13, 200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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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통 큰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고민 또한 깊었을 것이라는 게 서울과 워싱턴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 정부 또한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를 사태가 벌어졌지만 해결을 주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발을 구르고 있다.

평양의 잠 못 이루는 밤=북한이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돌아선 것은 장고() 끝의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한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는 대북 정책라인을 강경파로 가득 채운 데 이어 핵물질의 리비아 수출 문제를 놓고 북한을 코너에 몰아넣을 태세였다. 최근엔 믿었던 중국마저 미국에 기울어가는 징후를 보였다.

한국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얼마 전 북한의 핵물질 수출 문제를 설명하러 온 마이클 그린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직접 면담했다면서 북한은 중국 수뇌부의 이런 태도에 경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린 선임보좌관은 1월 말2월 초 일본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은 핵 카드를 포기하면 결국 국제 미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가장 고민했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리비아는 석유라도 있지만 북한은 적수공권()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제한적 지원과 일본의 수교 대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미국이 다자간 안정보장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 또한 언제든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지레 판단한 끝에 악수()를 뒀다는 것이다.

대북 채널 없는 서울의 고민=한국 정부도 답답하다. 김대중() 정부는 물밑 채널을 가지고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는 북측에 할 말이 있으면 장관급회담이라는 공식 창구를 통하라고 얘기해 왔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이 거의 유일한 채널이지만 (핵문제를 거론할 정도로)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설득해 지난해 6월 말 3차 6자회담에서 새로운 북핵 해법을 제시하도록 만든 것도 한국 정부지만 북한은 평가에 인색했고 북-미 양자협상만 요구했다.

한국의 한 북한전문가가 북한의 이런 태도를 반미 사대주의의 모습이라고 비판할 정도이다.

현재로선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이달 말 방북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를 만나 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왕 부장이 평양을 방문한다고 북한의 갈 길이 달라질 수 없다는 뜻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