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형수술

내가 늙는다는 걸 느낀다. 얼굴은 구겨진 종이 같다. 자신이 없어진다. 우리나라 아줌마들의 푸념이 아니다. 최근 영국 BBC인터넷뉴스에 소개된 40대 중년남성의 성형수술 체험담이다. 그는 이마 주름살을 펴고 처진 눈꺼풀을 올리는 등 외모를 바꾸자 젊음이 돌아온 것 같다며 만세를 불렀다. 보수성이 짙다는 영국에서도 보톡스 시술과 성형수술의 절반은 중장년세대가 차지한다. 이름하여 젊음 가꾸기 사업이 세계적으로 붐이다.

여성의 성형수술에 대해선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던 이들도 나이 든 남성에겐 다양하고도 너그러운 해석을 내린다. 영국 심미성형의사협회의 사이먼 위디 씨는 젊어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극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똑똑한 젊은이들은 치받고 올라오고, 평균수명은 계속 길어지므로 현명한 생존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날로 발달하는 현대의학과 영원한 젊음을 추구하는 인간 욕망의 필연적 만남인 셈이다.

정계만큼 치열한 경쟁무대가 있을 리 없다. 젊고 잘생기면 점수 따겠지만 성형수술 한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는 좀 복잡하다. 눈 아래 주름제거 수술을 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보톡스 시술 의혹을 받았던 존 케리 전 미국 대통령후보가 그 예다. 사람에겐 자연적인 것, 선천적인 것이 좋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데다 나이 먹는 현명함까지 감춰야 할 만큼 자신이 없느냐는 반응을 부를 수 있어서다.

우크라이나의 유명 병원에선 정적()에 의해 약물중독돼 미소년 같던 얼굴이 울퉁불퉁해진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에게 수술을 제의하고 나섰다. 그 덕분에 국민들 얼굴까지 밝아진다면 반가운 일이다. 쌍꺼풀 수술을 한 노무현 대통령도 더 커진 눈으로 국정을 잘 살피기를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인 권양숙 여사도 동반 성형수술을 했다니 청와대 안팎을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 다만 어떤 잘못된 여론이 돌까봐 두려워 수술 사실 밝히기를 미뤘는지는 궁금하지만.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