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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발묶인 중고차 2만대 어쩌나

Posted March. 18, 20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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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특수()가 악재()로=이라크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환경 보호를 이유로 2000년 이전 생산된 중고차 수입을 올해 1월 1일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중고차들이 요르단에 발이 묶인 이유는 수입금지 조치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갑작스럽게 발표됐기 때문. 이라크로 수출되는 중고차는 요르단의 비()관세 지역에서 이라크 바이어들에게 판매되며 이 지역까지 차를 운송하는 데 1, 2개월이 걸린다.

중고차 수출업체 사장 A(37인천 서구) 씨는 이라크 정부의 조치가 발표됐을 때 이미 80대의 중고차가 배에 실린 상태여서 요르단에 차를 세워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출이 제한되면서 지난해 말까지 월 500대 수준이었던 이 업체의 수출 물량은 올해 들어 월 20여 대로 줄고 30명이던 직원도 3명만 남았다. A 씨는 야적장 임차료 등 관리비만 대당 하루 5000원 정도씩 들어가는데 돈이 나올 곳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50여 대를 요르단에 야적해 놓은 수출업자 B(38경기 광명시) 씨는 주변에서 수출업체 5곳이 벌써 문을 닫았다며 관리비가 없다 보니 손해를 감수하고 차를 분해해 부품으로 파는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수출업체에도 책임은 있다. 이라크가 곧 수입 제한 조치를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해 수입금지 발표 이후에 선적을 강행한 회사가 많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대체시장 개척해야=이라크전쟁이 끝나면서 2002년 13만3000대였던 중고차 수출은 지난해 32만 대까지 늘어났다. 이 가운데 73%인 23만6000여 대가 요르단 시리아를 통해 이라크로 들어갔다. 특히 판로가 한정된 중소업체들은 수출량의 90% 이상을 이라크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에 수출되는 차량은 2000년 이전에 생산된 오래된 중고차가 많다. 지난해 중고차 평균 수출 단가가 2400달러대인 데 비해 중동지역에 수출된 중고차의 평균 단가는 1700달러 수준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판로 확보가 중고차 수출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라크를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칠레 페루 러시아 등이 꼽힌다.

한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은 신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도 있어 시장 개척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중소업체들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주성원 박중현 swon@donga.com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