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릴 무렵이면 반갑지 않은 손님 하나가 찾아온다. 중국 북서부의 사막과 황토 고원에 강풍이 몰아쳐 흙먼지를 하늘로 말아 올린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싯누런 흙먼지는 바람을 타고 하루 이틀 뒤에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다. 태평양 구름대를 통과하며 크게 줄지만 일주일이면 로키산맥을 넘어 미국 중동부에까지 닿는다. 미국에선 아시아 먼지(Asian dust)라고 부르는 황사()다.
중국은 국토의 17%가 사막이다. 고온다습한 아시아 남쪽의 대기가 티베트 고원을 넘으면서 비를 다 뿌리고 나면 중국 북서부 지방엔 건조한 대기만 유입된다. 그래서 거대한 사막이 형성됐다. 개간, 벌목, 목축이 사막화를 가속화한다. 해마다 서울의 서너 배에 이르는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오랑캐를 막아낸 만리장성도 황사에는 무력하다. 베이징()이 얼마나 황사에 시달렸으면 이를 피하기 위해 천도()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중국에서 심심찮게 나왔을까.
황사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태양열을 반사해 대기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산성비와 산성토양을 중화하는 작용도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황사는 전반적으로 동북아의 가장 골치 아픈 환경 재앙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4명 가운데 1명이 대기오염에 따른 질병으로 사망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 다음가는 황사 피해국이다.
중국은 국토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땅에 물을 끌어들여 초지와 숲을 조성하는 지난한 사업이다. 그래도 경제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는 중국이 13억 인구의 힘을 합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황사의 발원지를 녹지로 바꾸는 거대한 사업에 한중일 3국이 함께 투자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거짓으로 분칠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중국 먼지를 줄이기 위해 힘을 모을 때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