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 문화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해 온 코리아 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TKS)를 1993년부터 이끌어 온 도널드 그레그(78) 전 주한 미국대사. 그가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TKS 회장직에서 물러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의 한 소식통은 17일 그레그 회장은 회장 자리를 넘겨주지만 이사회 의장 자리는 유지하면서 후방 지원 역할은 계속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레그 회장은 테드 터너 CNN 창립자와 함께 13일 평양을 방문한 뒤 현재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
후임으로는 미국의 직업외교관을 지낸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선정 작업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면서 후임자 발표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뉴욕의 또 다른 소식통은 그레그 회장이 퇴임 의사를 내부적으로는 공식화했다면서도 9월 중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TKS 연설 등 이미 잡혀 있는 행사들이 있어 당분간은 그레그 체제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레그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이던 1980년대 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을 지낸 이력 때문에 아버지 부시의 사람으로 통한다. 또 미국 공화당 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대표적 인사다.
그레그 회장은 퇴임 결심을 굳혀 온 동안에도 TKS의 재정적 자립을 위해 올해 5월 한국을 찾았다. 당시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미국 기업보다 한국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아쉽다며 미국 사회에서 펼치고 있는 한국 알리기의 중요성에 관심을 보여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TKS 후임 회장 후보로는 4년 임기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직에서 8월 말 물러나는 찰스 카트먼 사무총장과 베트남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모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KS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도 TKS 회장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카트먼 총장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직업외교관인 카트먼 총장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 정무공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 한반도 평화회담 담당특사를 지내면서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2001년 이후에는 KEDO 사무총장으로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을 이끌어 왔다.
한 관계자는 그레그 회장이 반석에 올려놓은 TKS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미국 주류사회 내 영향력, 조직 및 자금관리 능력을 갖춘 중량급 인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