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고리키공원과 디즈니랜드 정도의 차이였다고나 할까요.
한국관광공사 모스크바지사(지사장 박병직)와 러시아 테라투어가 공동 추진한 첫 남북한 연계 여행상품을 이용해 지난달 1028일 양쪽을 차례로 여행하고 돌아온 아나톨리 샤모닌(44)씨의 촌평이다. 고리키 공원은 모스크바에 있는 옛소련식 유원지. 북한이 1950년대의 소련 사회를 연상시킨다는 얘기였다.샤모닌 부부는 모스크바의 러시아민족우호대학(RUDN) 철학부 입학을 앞둔 외동딸 레나(16)양을 데리고 18일 동안 모스크바극동 블라디보스토크북한블라디보스토크한국모스크바를 잇는 여정을 마쳤다.여행상품 자체만 1인당 3720달러(386만원)로 3명의 여행경비가 모두 1만2000달러(1246만원)나 들었다. 모스크바평양직항이 없는데다가 북한에서 바로 한국으로 갈 수 없어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벽돌공장을 운영하는 샤모닌씨 가족은 선뜻 여행길에 올랐다. 지금까지 60여 개국을 다녀올 정도로 여행을 즐기는 이 가족에게 한반도는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었다. 특히 북한은
옛 동맹국인 러시아에서도 가기 쉽지 않은 미지의 세계였다.
샤모닌씨는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여행하고 비슷해 그리 새로울 것이 없었고 북한에 더 볼거리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여행 기간 중 평양에서 있었던 8•15 6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멀리서나마 직접 본 것과 고김일성 주석의 묘, 남북 양측에서 번갈아 가본 판문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부인 아냐(44) 씨는 같은 민족이고 이웃하고 있지만 남북한의 생활수준과 사는 모습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부부는 스탈린 시대에나 있었던 대규모 학생 동원 매스게임이 벌어지는 평양 시내 모습을 얘기하면서 어릴 때 경험했던 소련 시절로 되돌아가 마치 25년 정도는 젊어진 느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북한의 주체사상에 관심이 많았다는 레나 양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타율적이고 경색된 북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더 주체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웃었다.
김기현 kimkihy@dong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