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청와대 회동에서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졌다. 노 대통령은 민생경제를 위한 초당()내각의 구성이라는 변형된 연정을 깜짝 카드로 내놓았으나 박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협상문제와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조기 협상 착수를, 박 대표는 행정구역개편을 대안으로 내놓았으나 평행선이었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파탄상태라는 박 대표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양극화는 과거 정권 때부터 누적된 결과라고 남 탓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석 달 가까이 되뇌어온 연정 이야기는 정치권 전체를 논란에 빠뜨리면서 민생을 더욱 멍들게 했다. 특히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도입에서 민생경제를 위한 초당내각 구성으로 바뀐 노 대통령의 연정론 강의 시리즈는 국민들을 계속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지금 민생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은 여소야대 때문도, 지역감정 때문도, 초당내각이 구성되지 않아서도 아니다. 정부의 주요 결정라인에 포진한 권력핵심인사들의 아마추어리즘과 포퓰리즘적인 국정운영, 그리고 실사구시()를 외면한 채 정치게임에 몰두한 정치과잉()의 결과였다. 국민을 위한 비전 부재()라는 점에서는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이나 여당만을 탓할 처지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정론과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과 참모들이 국민들을 가르치려 드는 데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정치를 무시하는 태도까지 보이는 점을 들어 정치후진국에서 나타나는 계도() 민주주의를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었다. 이제 연정이든 초당 내각이든, 실현가능성이 없음이 분명해진 만큼 노 대통령 스스로 미련의 고리를 끊고 연초의 약속대로 민생 챙기기에 전념해주기 바란다.
이날 노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한나라당의 제안도 수용할 것은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만큼 정부 씀씀이와 낭비를 줄여 달라는 박 대표의 주문 등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대안도 적극 받아들여 실천에 옮기기를 기대한다. 한나라당도 언제까지나 대여() 공세에 따른 반사적 이익만 챙기려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책 대안의 개발과 제시에 나서야 한다.
여야 모두 민심을 잡기 위한 민생정치 경쟁에서 이기는 쪽에 미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