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에 회사를 4000억 원에 팔아 성공 벤처기업인으로 꼽혔던 김정률(사진) 전 그라비티 회장이 재임 기간 중 회사 돈을 유용한 의혹에 휘말렸다.
김 전 회장이 2000년 설립한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으로 급성장했으며 이 게임은 현재 세계 37개국에서 매일 3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즐기고 있다.
그라비티 측은 19일 김 전 회장이 과거 수년 동안 600만 달러(약 60억 원)의 게임 로열티 수입을 재무제표에서 누락시켜 온 사실을 발견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은 김 전 회장이 17일 매출 누락 사실을 시인하고 원금에 연 6%의 이자를 합한 78억 원을 회사에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매출액 누락은 사실이지만 이 돈은 모두 회사를 위해 사용됐으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사재()를 털어 손실분을 갚았다고 해명했다.
그라비티는 올해 2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으나 5월 투자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상장 당시 사업설명서에 제시한 내용과 경영 실적이 다르고 중국시장의 위험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주가도 공모 당시 13.5달러에서 5달러대로 주저앉았다.
김 전 회장은 8월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EZER와 테크노그루브에 자신의 회사 지분(52.4%)을 약 4000억 원에 팔았으나 이에 대한 게임업계의 시선은 따가웠다.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온라인 게임 기술 매각은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기술을 매각한 것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미국과 일본 등 게임 선진국을 제치고 1등 자리를 지켜왔던 것은 초고속인터넷 환경과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게임을 다루는 기술이 한국에서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선두 게임업체 가운데 하나인 그라비티가 이 기술을 일본 기업에 매각해 기술 격차를 그만큼 좁혔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김상훈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