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한지 석 달 만에 청와대는 한나라당을 유신 잔당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대표가 그제 강정구 교수 파문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물으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흔들어선 안 된다고 하자 한나라당이야말로 독재정권의 주범과 종범들이 뿌리를 이루고 있는 정당이라고 역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이런 정당과 연정하려고 했다는 말인가. 이런 정치코미디가 또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연정을 제의하면서 한나라당과 실제 노선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 박 대표와 가진 회담에선 상대방의 정통성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을 유신 잔당으로 규정한 지금도 이런 말들이 유효한지 묻고 싶다.
노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반대와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신 잔당 한나라당에 연정을 하자고 줄기차게 졸랐다. 이제 보니 이 모든 집착이 결국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전략전술이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국정 실패에 따른 총체적 위기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카드에 불과했다고 우리에겐 판단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해명을 해야 한다. 최고통치자가 연정에 그토록 목매달다가,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돌아서면서도 대연정론에 대해 한 마디 말도 없다면 국민은 도대체 뭔가. 강 교수 파문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해 연정을 하자면서도, 속으로는 파트너가 될 당을 인권유린을 일삼던 유신독재의 망령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 이중성()이 두렵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