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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고르면 먹통

Posted October. 21,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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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모(31) 씨는 중국에 사는 동생과 통화하기 위해 국제전화 선불카드를 자주 사용한다. KT(001)와 데이콤(002)의 국제전화 요금은 10분에 1만 원이지만 1만2000원짜리 선불카드로는 100분이나 통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선불카드 잔액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문을 닫아버린 것. 카드에 적힌 회사 전화번호로 연락해 봤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최근 이런 형태의 국제전화 선불카드의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선불카드 회사가 사라지는 사례가 많은 데다 소비자가 피해보상을 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선불카드 인기만큼 피해도 늘어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제전화 선불카드 업체는 2003년 55개사에서 2004년 71개사, 올해는 74개사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KT와 데이콤 등 전화회선을 갖고 있는 통신회사에서 전화선을 빌려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정통신 사업자다. 설비투자가 없어 요금이 싸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도 낮아 영세업체끼리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런 경쟁 탓에 올해만 이미 9개 회사가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아이씨엔텔레콤이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미사용 잔액은 3억2000만 원이었다. 서울체신청은 이 회사가 약 7만 장의 선불카드를 발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그만큼의 소비자가 피해를 본 셈이다.

보상이 너무 오래 걸린다

서울체신청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선불카드 발행 회사들이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선불카드 발행액의 20%를 보험료로 내도록 해 회사가 망하면 미사용 잔액을 보상해 주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선불카드 발행액이 연간 1200억 원으로 늘어났어도 보상액수는 2003년 11억3000만 원 2004년 7억9000만 원 2005년(18월) 6300만 원으로 매우 적다.

우선 피해보상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우편, 팩스, 직접방문을 통해 피해보상 청구서류를 서울체신청에 접수하고 보상계획을 홈페이지(seoul.koreapost.go.kr)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공고기간 45일, 청구서류 집계 1개월, 심사 1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45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안전한 회사 것 골라야

따라서 선불카드를 살 때는 안전한 회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KT와 데이콤 같은 기간 통신회사도 선불카드를 파는데 안전성이 높은 대신 가격이 비싸다. 반면 별정통신 사업자는 요금이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파산 가능성이 높다.

서울체신청은 별정통신 회사는 규모에 따라 1, 2, 3호로 구분하는데 번호가 낮을수록 규모가 커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그래도 파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