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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일 대북드라이브 견제인가

Posted November. 07, 200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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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남북협력공사 설립과 포괄적 대북() 경제협력 방안의 본격 추진 시점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연계해 늦출 것을 지시한 배경은 무엇일까.

설득력이 있는 분석은 남북협력공사가 운용하게 될 자금과 포괄적 대북 경협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할 국내외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일부의 남북경협공사 설립 추진=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북 경협과 북한 경제를 전담해 나갈 공기업인 남북협력공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통일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남북협력공사는 국내외 금융기관과 함께 만든 펀드를 조성해 대북 경협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게 된다.

그러나 정 장관은 정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와 재원 조달 문제에 대해 협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협력공사 설립 검토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전까지 청와대도 통일부의 남북협력공사 설립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예산처는 나중에 통일부의 방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통일부에 시간을 두고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통일부 드라이브에 대한 제동인가=대북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는 6일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이 잘 풀려나가지 않으면 남북협력공사 설립이나 포괄적 대북 경협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외 업체나 금융기관이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경협공사가 추진하는 대북경협 펀드에 투자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정 장관의 남북협력공사 설립 검토 방안 발표 및 그 이후의 관련 정책 추진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통일부가 청와대와 협의하지 않고 대북협력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그 방안을 공개한 데 대해 정 장관의 독주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포괄적 대북경협도 6자회담에 연계=북한에 에너지 통신 물류운송 등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포괄적 대북 경협의 골자다.

노 대통령은 제4차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이 합의된 다음 날인 9월 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을 도울 수 있는 포괄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이봉조() 통일부 차관을 팀장으로 하고 통일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 14개 부처 국장급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그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포괄적 대북 경협을 위해서는 민간 및 외국자금의 조달이 필수적인데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그런 자금의 조달은 불가능하다며 노 대통령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경수로 건설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 에너지 지원 방안을 구상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물류운송과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북한 각 지역에 대한 실사가 필수적이나 핵 문제가 풀려 각국의 대북 지원이 행동으로 옮겨지기 전까지는 북측이 외부에 실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명건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