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탑골공원에 있던 원각사탑이 언제 여기로 왔지.
뭐, 그게 세한도였다고? 책에서 보던 것과 다르던데.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개관 16일째인 14일 40만 명을 넘어섰다. 개관 후 두 번째 주말인 13, 14일에는 하루 3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이처럼 장사진()을 아랑곳하지 않고 찾는 열성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문화재는 무엇일까.
예상했던 대로 국보 83호 금동반가상(삼국시대7세기 전반), 국보 86호 경천사 10층 석탑(고려시대1348년), 국보 191호 황남대총 금관(신라시대56세기),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백제시대67세기) 등은 인기 상한가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에 못잖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 유물은 국보 70호 훈민정음(조선시대1446년), 국보 240호 윤두서 자화상(조선시대1718세기), 보물 326호 이순신 장검(조선시대1594년), 보물 850호 대동여지도(조선시대19세기)의 모형, 보물 904호 손기정 청동 투구(고대 그리스기원전 6세기) 등이다.
특히 간송미술관에서 임시 대여해 전시 중인 훈민정음 앞은 연일 문전성시다. 국보 1호 재지정 논란의 와중에 새 국보 1호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
박물관 관계자들이 가장 놀라는 건 충남 아산시 현충사에서 대여해 온 이순신 장검(길이 198cm)에 대한 높은 관심. 중앙박물관 이영훈(고고학) 학예연구실장은 2m에 달하는 긴 칼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최근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열기를 반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역사실 바닥에 타일을 깔아 만든 대동여지도 모형(가로 3m, 세로 7m)도 실물은 아니지만 직접 지도를 밟아 볼 수 있게 꾸몄다는 점에서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기념으로 받은 청동 투구 앞에도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색적인 모양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관람객들은 실제로 그리스 땅속에서 발굴된 기원전 6세기 유물이라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듣고 다시 한번 놀란다.
관람객들이 미처 진가를 모른 채 넘어가는 명품들도 있다. 한국 문인화의 최고 걸작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조선시대1844년)가 대표적인 경우. 책에서 보던 것과 다르기 때문에 잘 알아보지 못하는 관람객이 많은 것이다. 대부분의 책에 수록된 세한도는 전체의 일부인 그림 부분. 실제 작품은 그림 왼쪽에 추사가 쓴 긴 발문이 적혀 있다. 최응천(불교미술사) 전시팀장은 관람객들이 긴 발문을 보고는 다른 작품으로 생각해 그냥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실 복도에 있는 경천사 탑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있는 국보 2호 원각사지 10층 석탑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모양이 거의 같기 때문. 최 팀장은 탑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원각사 탑이 언제 여기로 왔지라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가 많다고 전했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