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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1000억 짜리 걸레질

Posted December. 07, 20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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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부의 아이디어 상품이 결국 신화를 일궜다.

한경희스팀청소의 스팀청소기는 2001년 첫 제품을 생산한 이래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공장도가 기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한경희(42사진) 사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걸레질이 싫어서 나온 발명품

한 사장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2년간 홍보 업무를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받은 뒤 미국의 호텔, 부동산 컨설팅 회사, 무역회사 등에서 현지 직원들보다 2, 3배 높은 실적을 내며 열심히 일했다.

1996년 결혼한 뒤에는 교육부 공채 시험에 합격해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탄탄한 이력이다.

하지만 주부생활 3년차 되던 해에 사고를 쳤다. 어느 날 집안 청소를 하다가 문득 걸레질 좀 안 하고 살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결국 스팀청소기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우선 회사부터 차렸다. 자본금은 집 담보 대출 등으로 부랴부랴 마련한 8000만 원이 전부였다.

로켓도 쏘아 올리는 세상인데 청소기쯤이야 간단히 만들겠지 정도로 생각했단다.

개발에서 유통까지 쉬운 것이 없었다

진공청소기와 걸레질을 결합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전체 성공의 10%에 불과했다. 매일 대학 연구실을 돌아다니며 실험을 의뢰하고 공장을 찾아가 샘플 생산을 주문했지만 차가운 반응만 돌아왔다.

한 사장은 다들 망할 것이 뻔한데 돈만 날리는 여자로 나를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2년 만에 시제품 3000개를 만들었지만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조리 폐기하는 아픔도 겪었다.

유통의 벽은 더욱 높았다. 구조 변경을 거쳐 2001년 대망의 첫 작품을 냈지만 매출액은 2억 원에 불과했다. 유통업자들은 진공청소기가 있는데 누가 스팀청소기를 또 사겠느냐며 시큰둥했지만 그는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신화를 이루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매출액은 2002년 20억 원, 그다음 해엔 40억 원으로 점점 늘었다. 써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제품은 저절로 광고가 이루어졌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어머니께 선물했더니 난생 처음 칭찬을 받았다 10개 정도 대량 주문하고 싶다는 등 잇따라 좋은 상품평이 올라왔다. 적은 양이지만 수출도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가을 홈쇼핑 채널에서 제품 방송을 시작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시간 만에 1만 개 가까이 판매될 정도로 주문이 폭주해 홈쇼핑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이 다운되기도 했다.

매출은 지난해 150억 원에 이어 올해에는 11월까지만 800억 원대로 급상승했다. 직원이 120여 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회사 규모 역시 부쩍 성장했다.

한 사장은 아무리 가난해도 질 높은 삶을 영위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저가() 아이디어 가정용품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