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WTO를 반대하는 원정 시위를 벌이던 한국인 600여 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시위를 하다 대거 체포되거나 홍콩에서 수백 명의 외국인이 강제 연행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홍콩 경찰은 각료회의 폐막일인 18일 홍콩 컨벤션센터 주변에서 전날 밤부터 경찰과 충돌을 벌이던 한국 시위대 등 900여 명을 강제 연행(긴급체포)했다.
홍콩 당국은 이들 가운데 기자와 홍콩 주민 등을 제외한 700여 명(한국인 600여 명 포함)을 경찰서에 수용하고 재판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시위 과정에서 경찰 17명, 시위대 67명 등 84명이 부상했으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 한국 시위대 1500명은 외국인 시위대 200여 명과 함께 17일 오후 빅토리아 공원에서 각료회의장인 홍콩 컨벤션센터로 행진하며 반()WTO 시위를 벌였다.
컨벤션센터 앞에 도착한 시위대는 쇠파이프와 깃대로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곤봉과 최루탄으로 맞섰다. 홍콩에서 최루탄이 등장한 것은 1967년 반영() 폭동 이후 처음이다.
앰브로즈 리 홍콩 보안국장은 17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대가 홍콩의 치안과 질서를 훼손했다며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다.
연행된 시위대는 기초 조사를 거쳐 이틀 내에 재판을 받을 예정인데 대부분 추방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시위대 관계자들은 홍콩 경찰이 연행 과정에서 시위대를 구타하는 등 인권침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19일 홍콩에 보내 연행자 처리 문제를 협의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각료회의는 수출보조금 철폐 등에 대한 일부 합의가 있었으나 시장 개방의 원칙만 확인한 채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이은우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