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말을 잘한다. 그 말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2005년 한 해 동안에도 정치권에서는 세간의 화제와 뒷공론을 일으킨 말들이 쏟아졌다.
정치인의 말과 관련해 상을 준다면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에게는 신인상이 돌아갈 것 같다. 그는 재미있는 정치에 일조하는 소변인() 시대를 열고 싶다며 지난달 21일 당 대변인에 취임한 이래 색다른 논평을 쏟아냈다. 이달 7일 여당이 재경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종합부동산세 법안을 표결처리하자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날 아리랑치기로 묘사했다.
쌀 협상 비준과 관련해 소신발언을 한 열린우리당 조일현() 의원에겐 웅변상을 줄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지난달 23일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는 닭발보다 더 험한 발로 사는 농사꾼의 자식이지만 쌀 협상 비준안은 처리해야 한다고 웅변을 토했다.
이해찬() 국무총리에게는 흔히 악역에게 주는 남우조연상을 준다 해서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이 총리는 국회에서의 야당의원 면박발언 외에도 5월엔 시도지사 중에는 대통령감이 없다며 정치적으로 나는 고수, 손학규() 경기지사는 한참 아래라고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이 총리와 천생연분이라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남우주연상을 받을 법하다. 노 대통령은 7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론을 꺼낸 데 이어 8월에는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도 있다며 하야()를 연상케 하는 발언을 해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갔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연정론이 한창일 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지도자감이라고 칭송했다가 얼마 후 다시 깎아내리는가 하면, 열린우리당이 야당을 하면 또 어떠냐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을 해 당내에서도 미움을 샀다. 그에 대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누리꾼 사이에선 인기가 높지만 동료 의원들 사이에선 인기가 없는 100m 미인이라고 말했고,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유 의원을 지지하는 현역의원은 5명도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의원의 평을 빌려 유 의원에겐 100m 미인상을 줄 수 있을 듯하다.
8월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고 국민들은 아직 독재시대에 빠져 있다고 말한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게 용비어천가상을 준다면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대구 폭탄주 사건의 주역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폭탄주는 마시지 않았지만 맥주잔 속에 든 양주잔을 빼내 마신 사실은 있다고 해명했다. 그에겐 알쏭달쏭상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손학규 지사는 본보 나대로 만화를 인용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뜻의 경포대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이를 두고 열린우리당 측은 경포대는 경기도가 포기한 대통령후보라고 격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손 지사는 신조어 유행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태원 장강명 taewon_ha@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