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해외에 공장을 둔 제조업체 300곳을 조사했더니 95%는 국내로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U턴을 고려하고 있다는 업체는 1.7%에 그쳤다. 조사대상의 3분의 2가 중국에 있는데, 이들은 중국의 투자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했다. 옮긴다면 베트남이나 인도로 가겠다는 기업이 많았다.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와 이에 따른 일자리 부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이 조사 결과에 담겨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국내 U턴 경향이 뚜렷하다. 소니는 중국에 있던 비디오카메라 생산기지를, 켄우드는 말레이시아에 두었던 휴대용 미니디스크플레이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U턴시켰다. 국내생산에 대한 자신감 회복과 첨단부품 연계 강화가 주요인이라고 한다. 올해 일본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1.6%로 추정된다.
그런데 한국의 국내 제조업은 투자 부진에다 해외진출 가속화로 조로()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6%대에 그칠 것으로 추계했다. 재정경제부는 1999년 이후 해마다 평균 1500개의 중소기업이 한국을 떠났다고 밝혔다. 마산자유무역지역 입주업체의 64%는 국제경쟁력 약화 때문에 공장의 해외이전 및 생산규모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
제조업이 국내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 이공계 기피현상에다 두뇌유출까지 늘어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인력 가운데 국내에 남는 비율을 나타내는 두뇌 유출지수는 1997년 6.49에서 2002년엔 4.70으로 악화됐다. 미국(8.96)은 물론이고 대만(7.08), 중국(5.23)보다도 유출이 심하다는 얘기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은 정부규제를 해소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높인다면 국내 복귀를 검토해보겠다고 대한상의 조사에 답했다. 정부는 제조업체와 인재들이 더 떠나기 전에 이들의 U턴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