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국 최고 기록을 세우고 도하에서 금메달을 딴다.
한국 남자마라톤의 희망 지영준(25코오롱). 그가 새해 벽두부터 일본 가고시마 현의 도쿠노시마라는 작은 섬에서 인생 최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3월 12일 열리는 2006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7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한국 최고기록(2시간 7분 20초)을 경신하고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쥔다는 게 그의 올해 목표.
지난 한 해는 기억에서 잊고 싶다. 부상으로 고생한 데다 한때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이젠 모두 잊고 앞을 향해서만 전진하겠다.
2003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8분 43초로 국내 현역 3위 기록을 세우며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로 떠오른 지영준. 하지만 그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2시간 16분 44초로 17위에 그친 데다 지난해엔 발목 부상으로 풀코스를 단 한번도 뛰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또 지난해 중반에는 코칭스태프와의 마찰로 일본 출신 나가타 고이치 감독이 새로 영입되는 등 정신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방황도 많았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지영준은 8월 말 부임한 나가타 감독의 지도를 받아 서서히 몸을 만들어 왔다. 벌써 스물다섯. 한 계단 올라서지 못하면 세계 무대로 도약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그의 투혼을 일깨웠다.
마라톤에 인생을 건 이상 뭔가를 보여 줘야 할 시기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 꼭.
지영준은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5000m에서 14분 03초 94란 좋은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제 컨디션을 찾았고 12월부터 풀코스 도전을 위한 동계훈련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12월 18일부터는 일본 여자마라톤 영웅 다카하시 나오코가 훈련했던 가고시마 현으로 건너가 하루 4050km를 뛰는 지옥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꿈을 실현하는 첫 고비가 서울 국제마라톤. 지영준은 2000년 대선배 이봉주(36삼성전자)가 세운 한국기록을 갈아 치우고 국내 최강자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영준은 1998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여자부 동메달리스트인 가이 도모코 등 일본 여자마라톤의 간판들을 키워낸 일본 마라톤의 대부 나가타 감독의 치밀한 조련 속에서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