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인의 이념 성향이 보수화됐고,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보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소장 이남영 숙명여대 교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전국의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삶과 가치변화를 조사해 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라는 이름으로 80여 개 국가가 동일한 설문 문항을 사용해 1980년부터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조사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10점 척도에서 1점을 가장 진보적, 10점을 가장 보수적이라고 했을 때 응답자가 스스로 평가한 이념 점수는 1995년 5.33에서 2001년 5.43, 2005년 5.78로 진보에서 보수 쪽으로 옮겨 갔다. 10점 척도의 중간은 5.5점.
이번 조사에서 진보와 보수 중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보수(710점)라는 응답이 39.1%로 중도(56점32.3%)와 진보(14점28.6%)보다 많았다. 보수에 속한다는 응답은 1995년(29.3%)보다 9.8%포인트 늘었다.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의 중요도를 비교하는 질문엔 응답자의 52.5%가 경제 성장을, 35.1%가 환경 보호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향후 10년간 이뤄야 할 국가목표를 묻는 질문에선 다수가 직장과 사회에서의 참여 증대(23.9%)나 국방 강화(7.05%)보다 고도 경제 성장(57.9%)을 꼽았다.
또 경제 안정(75%)이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16.8%)이나 범죄 소탕(3.5%)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1995년 조사에서는 경제 안정이 50.0%였으며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이 35.3%였다.
기관 및 단체 신뢰도 조사에서는 신뢰도가 가장 높은 단체로 환경운동단체(71.7%)를 꼽았으며 이어 인권자선단체(71.2%), 여성운동단체(68.4%), TV(66.8%), 신문(64.3%), 시민단체(62.8%), 경찰(58.7%) 순이었다.
내일 총선이 실시되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엔 절반이 넘는 51.7%가 한나라당을 택했고 열린우리당(23.8%), 민주노동당(15.3%), 민주당(7.2%)이 뒤를 이었다. 또 절대로 투표하고 싶지 않은 정당은 열린우리당(37.1%), 한나라당(24.7%), 민주노동당(13.0%), 민주당(10.9%)의 순이었다.
나선미 이명건 sunny60@donga.com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