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직전 북한 북부 국경지역에서 국경경비대원들을 향한 정체불명의 동시다발 습격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습격을 감행한 무장괴한들 중 일부는 개인 자동화기까지 소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흔적이 역력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격투 후 추격전=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저녁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노동자구 국경경비대원 한 명이 맞은편의 중국 카이산툰() 지역에서 두만강을 넘어 북한으로 건너오는 남자 몇 명을 발견하고 체포하려 했다. 그러나 경비대원과 괴한들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고, 경비대원은 괴한들이 휘두른 칼에 38곳을 찔려 사망했다. 원래 경계근무는 2명이 서는 것이 원칙이나 상급 대원은 민가에 술 마시러 가고 숨진 대원 혼자 있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격투가 벌어지면서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몇백 m 떨어진 이웃 초소에서 병사들이 뛰쳐나왔고 추격이 벌어졌다. 당황한 괴한들은 배낭을 벗어던지고 중국 쪽으로 도주했다.
이들이 버린 배낭에서는 분해한 소총 3정과 탄약, 캠코더, 중국제 휴대전화 등이 발견됐다. 총기의 종류 등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에 이곳에서 약 40km 떨어진 회령시에서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두만강을 건너와 시내와 경비대 막사 쪽을 향해 총을 쏘고 급히 중국 쪽으로 되돌아갔다. 이 과정에 별다른 교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웃 무산군과 다른 한 곳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조직의 투쟁?=지금까지 총을 휴대한 북한 군인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가 강도 행각을 한 경우는 종종 있었다. 지난달 17일에도 무장한 북한군인 8명이 옌볜() 조선족자치주 투먼() 시 양수진 탄광을 습격하다 1명이 사살되고 3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경계가 삼엄한 북한 땅에 무장괴한들이 잠입해 총격사건을 벌인 것은 전례가 없어 이번 사건의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계당국은 일단 탈북자들이 주동이 된 반체제 단체가 1937년 6월 보천보 전투를 본떠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한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김일성() 주석은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보천보 전투는 국내에서 총성을 울려 무장투쟁의 존재를 국내 인민들에게 알려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쓰고 있다.
북한에서는 벌써 남조선에 넘어간 탈북자들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남조선에서 잘살지 못하자 북한에서 총소리를 내고 이를 녹음한 뒤 동영상까지 만들어 미국에서 팔려고 한다는 얘기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중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세력이 조작한 사건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