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초범이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며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해 왔으므로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법원이 거액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이나 회사 돈 수백억 원을 빼돌린 재벌기업 오너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의 범죄에 대해 이런 추상적인 기준을 내세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법(법원장 김종대)은 14일 법원 판결 전체의 불공정 시비를 불러일으켜 온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구체적인 양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대법원 내 양형기준위원회 설치를 의결하는 등 양형 기준 도입은 법조계 안팎에서 여러 차례 논의돼 왔다.
그러나 일선 법원이 직접 나서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일관된 양형 기준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창원지법의 이 같은 방침은 다른 법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법의 형사실무개선팀장인 문형배() 부장판사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관내의 모든 판사가 존중하고 따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양형 기준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창원지법의 양형 기준은 27일 의결과 함께 즉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창원지법의 양형 기준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집행유예 판결을 최대한 줄여 봐주기 판결의 여지를 없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뇌물 액수를 기준으로 1000만 원 뇌물 받으면 징역 1년이라는 식의 표준 형량을 정한 뒤 가능한 한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아닌 실형을 선고한다는 것. 불구속 피고인에게는 과감하게 법정 구속을 선고하게 된다.
전지성 강정훈 verso@donga.com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