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지하철 결혼식은 대학생들 연극이었다

Posted February. 17, 2006 03:11   

中文

지하철 결혼식을 연출한 신진우(26호서대 연극영화과 4년) 씨는 16일 화제가 됐던 결혼식은 연극영화학과 동아리인 연극사랑이 연출한 게릴라식 실험극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보여 줘 서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며 연극을 진실로 믿으며 격려와 애정을 쏟아 준 많은 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접한 따뜻한 소식에 감동받은 사람들을 농락한 것이라는 글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쇄도하는 등 누리꾼들의 반응은 일순간에 감동에서 비난으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보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집단적인 찬사나 비난을 보내는 사이버 문화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잘못된 정보에 따른 인터넷 냄비 현상이 의도적으로 악용될 경우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 4월과 6월에 있었던 떨녀 신드롬과 개똥녀 사건은 사이버 냄비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

전동차 안에서 애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한 여성이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개똥녀 사건의 경우 일부 누리꾼은 추측만으로 깨똥녀가 다닌다는 대학 학과에 대한 루머를 퍼뜨려 해당 학과 홈페이지가 누리꾼들의 욕설로 다운되는 등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낚시글 문화도 이 같은 인터넷 냄비 현상에 따른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익명으로 접속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반응이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가라앉는다며 이런 점을 이용해 기업 광고나 이벤트가 미담이나 진실로 둔갑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재 대상에 대한 기초적인 검증조차 거치지 않는 무분별한 보도 태도도 이런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일부 온오프라인 언론사들은 14일 지하철 결혼식이 보도된 뒤에도 추가 확인 절차 없이 목메는 지하철 결혼식 지하철 결혼식 커플 신혼여행 보내주자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허석렬() 교수는 인터넷 문화와 언론의 속보 경쟁이 빚은 촌극이라며 언론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지 못하면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일도 큰 사건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완준 문병기 zeitung@donga.com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