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향군, 안보활동비 전액 삭감

Posted March. 09, 2006 03:00   

中文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올해 예산에서 안보활동비를 전액 삭감했으며 핵심부서인 안보국을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지난해 향군은 안보활동비를 예산에 포함시켰다가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와 추후 협의를 거쳐 이를 전액 삭감하고 대신 호국정신 선양과 회원복지 예산으로 수정했다. 이 같은 향군의 수정 예산안은 지난해 말 보훈처의 승인을 거쳐 국회 예산결산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향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보훈처가 국정감사에서 일부 여당 의원에게서 향군의 안보활동 예산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뒤 후속 조치를 타진해 와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 등은 국고 지원을 받는 향군이 안보를 명분으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반정부 운동이나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향군의 안보 관련 예산 재검토를 보훈처에 요구한 바 있다.

향군의 올해 예산은 호국용사의 묘지 조성을 위한 국고보조금 152억 원과 보훈기금인 194억 원을 합쳐 총 346억 원. 이 중 보훈기금은 향군 산하 기업체들이 벌어들인 수익금을 국고로 귀속시킨 뒤 관련법에 따라 보훈처의 승인과 국회 심의를 거쳐 환급받는 것으로 향군 운영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안보활동비의 전액 삭감에 대해 향군 내부에선 향군 지도부가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향군의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대규모 집회의 비용은 회원이나 관련단체들의 성금을 통해 충당됐다며 이를 문제 삼아 매년 수억 원 안팎의 안보활동비까지 삭감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정부의 향군 길들이기라고 말했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도 향군이 2004년 10월 대규모 집회를 통해 정권퇴진까지 거론한 것이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향군과 보훈처는 모두 공식적으로는 안보활동비 삭감에 보훈처가 압력을 가하거나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밖에 향군은 그동안 대내외 안보 관련행사를 전담해 온 안보국을 홍보실과 통폐합해 정책홍보실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향군 측은 안보국 통폐합은 지난해 7월부터 내부 혁신과 조직개편 일환으로 검토해 왔으며 다음 달 선출될 차기 집행부에서 안보국의 존폐 여부가 결론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회원은 안보국 통폐합도 안보활동비 삭감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정부 여당의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냐고 비판한다. 정부 여당이 향군법상 예산 승인을 비롯해 향군에 대한 업무감독권을 가진 보훈처를 통해 본격적인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향군 회원인 한 예비역 장성은 정부가 그동안 국보법 폐지 반대 운동을 통해 정권 비판에 앞장서 온 향군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