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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곤씨의 사망전날 홈피 글 화제

Posted March. 13, 200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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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12시 TV는 고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우리 국민들의 잠자리는 언제나 뒤숭숭하다. 밤 10시 넘어서는 정치인들 얼굴이 절대 방송에 안 나오게 해야 한다. 한밤에 TV에 나온 정치인들 때문에 잠을 설치고 가위 눌리는 그런 국민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개그맨 김형곤 씨가 죽기 하루 전인 10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사 풍자 코미디로 유명했던 그는 온 국민이 웃다가 잠들게 하라라는 제목으로 남긴 마지막 글에서도 웃음을 빼앗아가는 방송사와 정치인들에 대해 특유의 익살과 유머로 비판을 가했다.

나는 25년 동안 방송에 몸담아온 방송인이지만 우리나라 방송에 불만이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 잠드는 시간대에 TV에서 밝고 즐거운 방송을 해주면 그런 프로를 보며 웃으며 잠들 텐데, 현재 그 시간대엔 고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잠들기 전 강도, 강간, 사기꾼, 양아치, 패륜 등의 사건을 보며 잠든다.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고 시청률에 의존한 현 방송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하라!, 악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는 피켓을 들고 방송국 앞에서 일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익살을 부렸다.

웃음의 전도사다운 말도 남겼다.

우리가 돈을 벌려고 애쓰는 이유가 뭔가? 결국 웃고 살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돈 버는 데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웃지 못하고 산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김 씨가 이 글의 마지막에 붙인 유머의 소재는 심장마비다.

시체실에 세 구의 시체가 들어왔다. 모두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아니 시체들이 왜 웃는 얼굴이오? 검시관이 물었다. 첫 번째 시체는 복권에 당첨돼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입니다. 두 번째도 심장마비인데, 자기 자식이 1등 했다고 충격을 받아서 죽었답니다. 그럼 세 번째는? 이 사람은 벼락을 맞았습니다. 벼락을 맞았는데 왜 웃지? 사진 찍는 줄 알고 그랬답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