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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사회공헌 스트레스

Posted March. 22, 2006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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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기업 주요 임원들은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여당에서 잇달아 나오는 이른바 양극화 문제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에 영향력이 큰 정부여당 고위인사들이 양극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화답하지 않을 수 없다는 압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달 말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가질 예정인 강연의 주제도 양극화 시대의 동반경영이어서 재계는 더 부담을 갖고 있다.

상당수 기업인들은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사석에서는 기업이 돈을 벌어 고용하고 투자하는 본질적 경영 활동 이외의 사안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놓는다.

실제로 본보 취재 결과 주요 그룹들은 정부여당의 양극화 메시지에 부응하기 위해 별도의 대규모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미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한 삼성그룹은 물론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SK그룹도 다음 달에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4월 초 전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월 일정액을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할 계획이다.

SK도 그룹 수뇌부의 지시로 참신한 사회공헌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현재 실무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놓고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보는 중이다.

LG, 한진, GS, 금호아시아나그룹 등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동반 경영을 구체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8000억 원 사회 헌납과 잇따른 사회공헌 후속 대책 발표가 정부여당의 양극화 문제 제기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 것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이 신년 경제계 모임에서 앞으로 기업에 우는 소리 좀 하겠다고 했고, 양극화를 주제로 강연까지 한다는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에서 기업에 직접적으로 양극화 대책을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인들이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의 자체 판단에 따른 사회공헌 활동은 좋지만 지방 선거를 앞두고 표가 많은 계층의 환심을 사려는 듯한 정부와 여당의 양극화 장사에 기업까지 이용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중앙대 경제학과 홍기택()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사회공헌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일종의 준조세에 해당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서 투자, 고용, 세금을 통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