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배(사진)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 채무 탕감과 관련해 14일 검찰에 긴급 체포되면서 범현대가()와 산업은행이 또 하나의 악연을 만들었다.
산은은 2002년 대북송금 사건에 이어 두 번째 현대가와 관련된 문제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산은은 2000년 6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당시에는 이 대출에 별 문제가 없는 듯했지만 2002년 대북송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산업은행이 대북송금 사건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던 현대상선이 국책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을 수 있었던 것은 615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대출에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결국 박 전 부총재는 검찰에 기소돼 2003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현대상선에 대출이 이뤄질 때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 씨도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2004년 5월 두 사람 모두 부처님 오신 날 특별사면으로 사면 복권됐다.
박 전 부총재는 1971년 산은에 들어가 외환위기를 맞을 때부터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사태를 잘 처리해 2001년 부총재에 올랐다.
일을 잘하긴 했지만 DJ 정권의 실세였던 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의 친분이 그의 출세에 큰 힘이 됐다는 평도 있었다. 박 전 부총재와 이 전 수석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대 상대를 나왔다. 이 전 수석 역시 대북송금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박 전 부총재는 현대상선 대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2003년 4월 은행을 떠났다. 그리고 이번에 현대차 계열사의 채무를 탕감해주면서 돈을 받은 혐의로 다시 긴급 체포됐다.
이 사장은 현대차 계열사의 채무 탕감이 이뤄진 2002년 박 전 부총재 밑에서 투자본부장직을 맡다가 2004년 산은캐피탈 사장으로 옮겼다. 현대차 측의 부탁을 받고 채무 탕감 로비를 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와 서울고 동기로 잘 아는 사이다.
김상훈 정경준 sanhkim@donga.com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