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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리실, 파격보다 살 빼기가 급하다

[사설] 총리실, 파격보다 살 빼기가 급하다

Posted April. 25, 2006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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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 국무총리 시절 커질 대로 커진 총리실 조직이 한명숙 총리 체제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분권형 국정운영 방침에 따라 외교 안보를 제외한 일반 행정은 총리에게 계속 맡기겠다면서 조직과 인원도 그대로 두기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 내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비대()한 총리실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따져봐야 한다.

고건 전 총리 시절 380여 명이던 총리실 인력은 이 전 총리 재임 중 590명까지 늘었다. 청와대 직원 560명보다 많다. 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는 참여정부 초기 35개에서 50개가 됐다. 총리실이 큰 정부 행진을 이끈 모양새다.

하지만 커진 만큼 일도 잘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감사원은 지난달 총리실 국무조정실에 대해 부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간 업무 중복이나 갈등이 많지만 조정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특별감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회, 특히 야당과의 갈등을 자초해 국정이 꼬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전 총리의 3 1절 골프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총리실에 힘이 쏠리면서 총리와 주변 인물들이 집중적인 로비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한 총리는 취임식 때 장관 차관 국장 등 고위공직자 400여 명을 서열과 상관없이 섞어 앉도록 하는 파격()을 보여 줬다. 어제도 회의가 너무 많고, 참석자도 많으니 개선책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전임 총리의 전투적 강성() 이미지를 털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식의 지엽말단적인 형식의 변화가 아니다. 총리실부터 불필요한 조직과 인원을 줄여 한 푼의 세금이라도 아끼려는 실사구시()적 노력이다. 한 총리는 총리실의 조직과 인력이 적정한지, 그 많은 위원회가 다 필요한지 따져 칼을 대야 한다. 총리 비서실이나 각종 위원회의 이념형 아마추어들만 정리해도 혈세 낭비를 적지 않게 줄일 수 있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비만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