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는 22일 선거유세를 재개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을 의식해 모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박 대표의 쾌유를 빈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자제했고, 열린우리당에선 의욕을 상실한 일부 후보가 사실상 선거운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참패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내부 책임 공방이 불거지기도 했다.
-시름 깊은 열린 우리
22일 열린우리당 선거대책회의에서는 이러다가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는 것 아니냐. 전패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우세를 보이던 대전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하늘에 맡기는 일 밖에 없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일부 기초단체장 후보 캠프에서는 유급 선거운동원들마저 이탈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박근혜 대표의 피습은 여성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라며 같은 여성으로서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선 정동영 의장이 회초리론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미진하다고 본다. 2월 전당대회 이후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당지도부를 비판했다.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는 자신과 열린우리당은 별개로 봐달라는 논리로 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대선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심판하면 겸허히 받겠지만 지방선거는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별 변수가 되지 못하는 광주 전남 지역의 후보들도 사건 이슈화를 꺼렸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 테러를 막지 못한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 측은 자칫 정치적으로 이 사건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중한 한나라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 피습 이후 중단했던 지방선거 유세를 22일부터 재개했다. 오버하지 말아 달라는 박 대표의 당부대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언행을 경계하며 엄숙 진중하게 선거운동 모드를 전환했다.
우선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는 의지를 다지는 차원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열리던 모든 선거대책회의를 이날부터 오전 8시로 앞당겼다. 또한 TV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를 패러디한 이재오 원내대표의 코믹 광고도 23일부터 박 대표에게 보내준 관심과 걱정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인사 광고로 대체키로 했다.
이날 전국 각 후보 진영에서는 중앙당의 지시에 따라 로고송과 율동을 멈춘 채 유권자와 맨투맨으로 접촉하는 선거전을 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전 여성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여성이 마음 놓고 다니는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시민과 심지어 야당 대표까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폭력을 당하고 있다며 방범폐쇄회로 설치, 긴급구호 핫라인 설치, 맞춤 치안서비스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는 23일부터 박근혜 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의 리본을 제작해 후보 및 운동원들이 선거기간에 패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 리본은 경기도당에서 제작해 경기 지역의 전 광역•기초단체 선거운동원들에게도 나눠줄 방침이다.
조수진 이진구 jin0619@donga.com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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