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뼈 있는 농담 시리즈가 화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운집한 기자들이 민감한 질문을 쏟아내자 재치 있는 농담으로 받아넘기고 있다. 농담 속의 진담을 찾아본다.
여자 친구 만나러 왔지
28일 글래스고 공항에 도착한 뒤 연 기자회견.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이나 인근 국가를 놔두고 굳이 바다 건너 글래스고로 온 데 대한 비난 여론도 있는 상태였다. 글래스고로 온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내가 얘기하지 않았나. 예전 여자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다고 능청스레 대답했다. 물론 그는 곧바로 훈련 환경이 좋다. 선수들이 조용히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수영이나 해야 되겠네
30일 머리 파크에서 훈련이 끝난 뒤 열린 인터뷰. 김남일이 연습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이 겹질렸고 이을용과 설기현도 숙소에서 별도 훈련을 하는 등 부상 선수가 속출한 게 관심사였다. 당연히 월드컵이 눈앞인데 부상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럼 우린 수영이나 해야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축구를 하다 보면 다치게 마련이다. 큰 부상은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그럼 당신이 감독해
아드보카트 감독은 6월 2일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 이천수를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한 기자가 이천수를 뺀 게 세네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때 교체 투입돼 좋은 활약을 펼친 박주영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냐고 물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씩 웃으며 아무래도 당신이 내 대신 감독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한마디 던진 뒤 이 질문을 한 기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