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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한 두 손 200명 살렸다

Posted June. 12, 2006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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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소의 적극적인 협조와 승무원 및 승객의 침착한 대응으로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9일 번개를 동반한 우박을 맞아 기체 앞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던 아시아나항공 8942편의 이창호(45) 기장과 김용익(40) 부기장은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겸손해했다.

8942편 항공기(에어버스 321 기종)는 이날 오후 4시 45분 승객 200여 명을 태우고 제주공항을 떠나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1시간쯤 지나 비행기가 경기 안양시 상공을 지날 때였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탁구공과 야구공만 한 우박이 조종석 유리창에 부딪쳤다. 창에 금이 가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레이더 장치가 장착된 노즈 레이덤(Nose Radom기체 앞 뾰족한 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자동 비행장치와 자동 출력장치까지 고장났다.

이 기장은 유리창이 깨져 앞을 전혀 볼 수 없어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매뉴얼에 따라 즉시 수동비행(계기비행)으로 전환했다. 이어 김포공항 관제소에 비상 상황임을 알렸다.

속도계가 망가졌기 때문에 관제소에 속도와 위치 정보를 계속 물었다. 공항 관제소는 다른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기장은 승무원에게 사고가 났으니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승객의 동요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승무원들은 당황하는 승객을 진정시키고 비상착륙에 대비한 충격 방지 자세를 알려줬다.

이 기장은 관제소와 무선 교신을 하면서 깨지지 않은 옆 유리창으로 활주로를 쳐다봤다. 랜딩기어(항공기 바퀴)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도를 낮췄다가 다시 이륙했다.

활주로에 내리는 듯했던 비행기가 김포공항 상공으로 다시 올라가자 승객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비행기는 오후 6시 14분경 예정보다 15분가량 늦게 무사히 착륙했다.

승객들이 죽을 수도 있었는데 무사히 착륙시켜 줘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이 기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기장은 1984년 공군사관학교(32기)를 졸업하고 13년간 전투기를 몰다 소령으로 예편했다. 1997년 3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6950시간의 무사고 비행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전투기는 기동출격이 우선이지만 여객기는 안전한 운항이 우선이라며 평소 비상상황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해 와 위기를 극복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기체 앞부분이 번개가 아니라 우박 때문에 파손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기장과 김 부기장에게 웰던 표창을 수여하고 승진시킬 방침이다. 창사 이래 단 한 번만 수여한 최고 명예상이다. 침착한 대응으로 승객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킨 점을 높이 샀다.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건설교통부는 정비 불량으로 동체가 파손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항공대 항공운항학과 송병흠 교수는 외부 충격에 강하고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복합재료인 항공기 동체가 떨어져 나간 것은 국내에서 아주 드문 현상이라며 기체 앞부분에 우박을 집중적으로 맞았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