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뛰고 싶다. 만약 토고전에서 선발로 뛰게 된다면 첫 번째 목표는 팀의 승리, 두 번째 목표는 골이다.
이천수(25울산 현대)는 골 욕심이 많다. 공격수라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천수는 유난히 골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준비해 둔 골 세리머니 해보고 싶어
그는 11일 결전의 땅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나기 전 대표팀 캠프인 베르기슈글라트바흐에서 한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골을 넣지 못해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골이라는 단어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들을 토고전에서 해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준비해 둔 골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다는 말로 다시 한번 골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사실 대표팀에서 이천수의 임무는 득점에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상대 진영 측면을 누비며 중앙 스트라이커인 조재진이나 안정환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골 욕심을 드러낼 정도로 당돌한 성격의 이천수에게는 정해진 위치나 틀에 박힌 임무를 기대하기보다는 마음껏 그라운드를 휘젓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어울려 보인다.
실제로 이천수는 많은 경기에서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쳤다. 상대 수비수가 누구든 주눅 들지 않고 돌파를 시도하는 특유의 플레이는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몰아붙일 것
이런 스타일이 토고전 승리의 비책이 될 수도 있다. 황선홍 전남 드래곤즈 코치는 얼마 전 이천수처럼 다소 건방지다고 할 정도로 과감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며 뺏길 때 뺏기더라도 거칠게 몰아붙여야 상대가 부담을 느낀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아니어도 공격력 하나만 따지면 이천수는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오른쪽과 왼쪽 어디에 두어도 상관없이 제몫을 해낸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수시로 그라운드를 가로지른다. 이천수 스스로도 많이 움직이고 많이 달릴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물오른 킥 골보다 팀 승리 먼저
세트플레이 상황에서의 킥도 그의 일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프리킥과 코너킥을 모두 이천수가 담당한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의 프리킥을 전담하는 만큼 득점 기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토고전을 앞둔 이천수는 당당하게 예리함이 100% 가까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 예리함이 골로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꼭 이천수의 골이 아니라도 상관은 없어 보인다. 이천수가 제대로만 칼날을 가다듬는다면,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득점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기회가 바로 이천수의 첫 번째 목표인 팀의 승리와 연결되는 것임은 당연하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