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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에서 빛난 작은 거인의 뚝심

Posted June. 27, 200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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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정은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LPGA 데뷔 5년 만에 첫 승을 거둔 후 11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27만 달러를 받아 상금 랭킹 7위로 껑충 뛰었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첫 한국인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특히 한국 선수의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끌어 의미를 높였다. 코리안 파워는 올 시즌 15개 대회에서 절반이 넘는 8개 대회를 휩쓸었다. 1988년 구옥희의 스탠더드레지스터대회 우승 후 통산 60승을 채우는 이정표도 세웠다.

어떤 미국 선수가 댐(Damn) 코리안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오죽 잘하면 그러겠어요. 다들 잘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실패는 나의 힘

장정은 지난달 숍라이트클래식에서 3타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갔다가 난조를 보이며 공동 7위에 그쳤다. 이날 1타차 선두였던 장정은 경기 초반 흔들리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공동 선두였던 17번 홀(파5) 버디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티샷과 세컨드샷이 잇달아 러프에 떨어졌으나 65야드를 남기고 샌드웨지로 한 세 번째 샷이 깃대에 맞고 컵 1m에 떨어져 가볍게 버디로 연결. 역전패를 맛본 뒤 절대로 서두르거나 달려들지 말자고 마음먹었어요. 끝까지 집중력을 가지려고 애썼습니다.

남자친구

장정은 18번 홀 챔피언 파 퍼트를 넣은 뒤 자신보다 30cm나 큰 한 남성으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알고 보니 남자친구로 한국프로골프(KPGA) 플레잉 프로인 이준식(27) 씨. 그와는 3년 전 올랜도 동계훈련을 할 때 처음 만났으며 올해 들어 가까워졌다. 이날 처음 응원을 온 그와 기쁜 순간을 함께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어요. 심각한 사이는 아니지만 좋은 느낌으로 사귀고 있습니다. 숨기고 말고 할 것도 없어 기자회견 때도 남자친구라고 밝혔죠.

625

최종 라운드가 끝난 날은 현지 날짜로 6월 25일로 625전쟁이 일어난 날. 시상식 후 장정은 골프장 인근의 로체스터 국립묘지를 찾아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이젠 할아버지가 된 참전 군인들과 함께 164명의 로체스터 지역 전사자들을 위한 묵념을 했다. 장정의 아버지는 경찰로 20년 넘게 근무했고 큰아버지는 1966년 철원에서 군복무하다 무장공비와의 교전에서 세상을 떠나셨기에 기꺼이 행사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런 그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예전에 많은 분들이 우리를 도와주셔서 평화를 되찾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