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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 NLL 사수의지 의문

Posted June. 29, 200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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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은 발발 3개월여 뒤인 2002년 10월 4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5679부대(북한통신감청부대)의 부대장인 한철용(사진) 소장의 폭탄발언으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군 수뇌부가 북한의 도발징후를 묵살하고 단순침범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발언이었다.

국감장에서 기밀문서인 블랙북(북한 첩보 일일보고서)을 흔들며 군 수뇌부를 질타한 한 소장은 이후 군사기밀 누설 등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고 전역했다.

그로부터 4년, 당시처럼 월드컵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맞는 서해교전 4주기를 앞두고 한 씨를 만났다. 서울 송파구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한 씨는 서해교전 이후 NLL 사수 의지가 더 공고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NLL을 북한에 양보해선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대북 정보통인 그는 북한이 지난달 장성급 군사회담을 결렬시키면서까지 NLL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서해 5도의 전략적 위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사시 아군의 북한 상륙작전을 위한 발판인 백령도 등 서해 5도는 북한으로선 목에 가시다. 서해 5도만 아니면 서울 등 수도권을 쉽게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사전작업으로 NLL 무력화를 고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앞으로 또 다른 돌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서해교전 발발 직전 감청한 북한군 교신내용 중 북한군의 도발징후를 담고 있다는 8글자, 15글자의 교신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결정적 도발징후라는 확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 씨는 1990년대 중반 미국국가안전국(NSA) 요원들은 대북 감청을 하다 훈련이 아닌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향해 공격, 사격이라는 용어가 포착되면 미 국방장관에게 곧바로 보고했다. 정보 임무를 수행하면서 국군을 향해 사격, 공격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기습공격을 예상했다는 말로 감청한 교신내용을 암시했다.

군 기밀 누설과 위계질서를 파괴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한 씨는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진실을 알릴 것이며 내 행동에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감장에서 블랙북을 흔들었을 뿐 내용은 누설하지 않았다. 이는 법원 판결에서도 명백히 가려졌다.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군 수뇌부의 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전역 직후 국방부를 상대로 정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낸 한 씨는 2004년 10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후 국방부는 대법원에 상고를 했지만 지난해 4월 기각 당했다.

그는 현재 건국대 충주분교 북한학과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한 씨는 북한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한국군의 대북 정보수집 능력의 현실을 인정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