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인 젠워스파이낸셜이 한국 모기지보험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어 이르면 올해 안에 모기지보험 상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모기지보험 상품이 나오면 비()투기지역에선 담보인정비율(LTV) 이상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모기지보험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대출금을 못 갚아 발생한 금융회사의 손실을 보험사가 물어 주는 상품. 미국에선 LTV 비율 80% 이상으로 대출을 받으려면 반드시 모기지보험에 들어야 한다.
올해 모기지보험 상품 내놓을 듯
5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젠워스파이낸셜은 모기지보험업 인가를 받기 위해 한국의 금융감독 당국과 협의 중이며 조만간 인가를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젠워스파이낸셜은 자산 규모가 100조 원이 넘고 세계 22개국에 1500만 명의 고객을 갖고 있는 거대 금융회사. 특히 모기지보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젠워스파이낸셜은 올해 안에 한국시장에 모기지보험 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위원회 도규상 보험감독과장은 LTV 이상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모기지보험은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회사의 리스크관리 기법이나 자본 충실도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요건만 갖추면 국내 회사가 아니라도 인가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민 주택마련 쉬워진다
모기지보험 제도는 지난해 발표된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비투기지역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자가 강화된 LTV 규제 때문에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모기지보험이 도입되면 비투기지역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에 대해 현재 60%인 LTV 비율이 80%까지 높아진다.
예컨대 비투기지역에서 2억 원짜리 집을 살 때 LTV 60%가 적용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억2000만 원이다. 하지만 모기지보험에 가입하면 4000만 원을 더 빌릴 수 있게 되는 것. 미국에선 LTV 80%까지 대출을 받고 나머지 20%는 모기지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돈이 전혀 없더라도 집을 살 수 있다. 지금 당장 모아둔 돈은 없지만 소득이 높은 전문직 초년생들이 주로 모기지보험을 이용한다.
담보대출시장 변할 듯
모기지보험은 국내 담보대출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지금처럼 단순히 LTV 위주로 대출을 하는 게 아니라 차입자의 상환능력과 신용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업무 변화가 필수적이다.
젠워스파이낸셜 측은 서민의 주택 구입 기회가 늘어나는 한편 금융회사와 정부의 재정적 위험을 분산시켜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기지보험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비투기지역의 25.7평 이하라는 제한이 있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 때문에 보험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할지 의문스럽다는 것.
젠워스파이낸셜이 한국 모기지보험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시장 선점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홍석민 황진영 smhong@donga.com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