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시작이죠.
대우건설 인수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유진그룹의 관계자는 본격적인 인수합병(M&A)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여러 기업으로부터 M&A에 함께 뛰어들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
상반기(16월) M&A 시장 최대 매물이었던 대우건설을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하게 됐지만 재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대형 M&A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8월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 LG카드를 비롯해 현대건설 대우일렉 동아건설 등의 매각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곧 시작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우리금융지주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대한통운 등도 매각을 앞두고 있다.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거나 머지않아 나올 이들 10여 개 기업의 시가총액(주가주식 수)은 50조 원을 넘는다.
현대건설 쟁탈전, 개봉 박두
매물의 가격을 높이려고 대우건설 매각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달 중 매각 주간사회사 선정을 시작으로 매각작업에 나선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총주식의 50.35%를 판다. 업계에서는 매각가격이 6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KCC그룹 등 범 현대가() 기업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한 두산, 한화, 유진그룹 등도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산 규모 5조112억 원인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재계 순위는 수직 상승한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은 리조트사업 확장을 위해 건설 부문을 키울 계획이다. 유진그룹은 알짜 회사인 드림씨티방송을 팔아 4000여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 밖에 동아건설 인수를 위해 경남기업 등 14개 사가 의향서를 제출했다. 대우일렉 매각을 위한 본입찰은 다음 달 외국계 4개사 등 모두 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내년엔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내년 이후 매물로 나올 대우조선 하이닉스 우리금융 등은 덩치가 큰 데다 토종()기업에 넘겨야 한다는 정서 때문에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대우조선은 군함과 잠수함 등을 만드는 방산 부문이 있고 기술 유출이 우려돼 외국기업까지 참여하는 공개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외국기업에 팔리면 해외로 유출된 기술이 부메랑이 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7일 종가 기준 13조9313억 원. 채권단 지분 35%에다 경영권까지 확보하려면 약 5조 원이 필요하다. LG전자와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은 2008년 3월까지 매각하기로 돼 있다. 외국자본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있지만 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이 유지되는 한 시가총액이 14조 원을 넘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 국내 금융회사는 찾기 어렵다.
쌍용건설은 최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가 현대건설 매각이 끝난 뒤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