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한나라당 아저씨들

Posted July. 24, 2006 03:18   

中文

강원도 물난리 속에서 골프를 즐기는 한나라당 아저씨들을 찍은 사진 한 장. 퍼터를 들고 엉덩이춤을 추는 경기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동반 플레이어인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즐거움에 겨워 웃고 있다. 골프 삼매경()이다. 중앙당이 이재민 고통 분담 주간(2030일)을 공표하고 골프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죽고 떠내려가고, 농경지가 쓸려가 주민이 통곡하는 가운데 벌어진 웰빙 정당의 신선놀음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를 오만방자한 짓이라고 성토해 끌어내렸던 제1야당 사람들이다. 수해지역 정선에서 골프만 친 게 아니다. 단양군수는 주민이 단수()로 고통 받고, 복구 작업에 한창이던 날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자랑도 했다. 제천시장은 수해복구 작업을 등지고 휴가를 즐기다 눈총이 쏟아지자 이틀 만에 복귀했다. 어떤 시장은 유유히 중국으로 떠났다. 아, 한나라 아저씨들!

지난달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세미나에서 쓴소리가 쏟아졌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권력 잃은 왕족 같다고 했고,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웰빙당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현실 안주()와 조직의 경직성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수해복구 와중에 골프나 음주가무에 탐닉하는 한나라 아저씨들의 정신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목 교수는 지지층의 편중 및 차떼기당, 수구꼴통당 이미지를 씻어 내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도 가망이 없다고 충고했다.

개 꼬리를 굴뚝 속에 3년 박아 둔다고 족제비 꼬리 되는 게 아니다는 말이 있다. 황모()라고도 하는 족제비 꼬리털은 세필()을 만드는 재료다. 결국 개 꼬리털로는 붓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근 10년을 절치부심()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굴뚝 속의 암중모색이 빛을 볼 수 있을까. 물난리에 골프 치는 개 꼬리를 잘라 내고, 웰빙 체질을 바꾸기 전에는 힘들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