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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공부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Posted August. 18, 20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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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2시까지 주경야독 구슬땀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는 임수경(27여) 씨.

그는 요즘 오전 2시까지 기숙사 책상머리에서 공업수학 문제를 풀며 만학()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이곳에 있는 삼성전자 사내() 대학인 삼성전자 공대에 올해 진학해 반도체공학 학사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

전남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1997년 삼성전자의 생산직 여사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배움의 길은 끝난 듯했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참아가며 모은 1억 원으로 부모님에게 집도 장만해 드렸지만 늘 뭔가 허전했다.

삼성전자의 사내 대학은 분명 기회였다.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학위, 월급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 그는 앞으로 반도체 분야의 석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공대는 국내에 단 하나뿐인 사내 대학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학위가 인정되는 사내 대학이기도 하다.

학사 130명 배출 현재 63명 재학

삼성전자 공대의 역사는 이 회사가 1989년 회사의 핵심 인재를 키우기 위해 회사 안에 설립한 반도체 사내 기술교육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후 폐지됐던 이 과정은 1999년 부활해 2001년 2년제 전문 학사 과정의 대학으로 교육부 인가를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4년제 대학으로 확대 개편됐다.

지금까지 130명의 전문 학사를 배출한 이 대학에는 현재 반도체공학과 디스플레이공학 전공에 각각 43명, 20명 등 모두 63명이 재학 중이다.

현장 경력 2년 이상의 고졸 사원이 부서장 추천을 받아 영어와 수학 필기시험을 치러 지원한다. 방학 없이 1년 3학기제로 3년간 4년 과정(140학점)을 이수한다. 1학년 과정은 업무 없이 학업에 전념하고, 23학년 과정은 주 2일 수업과 업무를 병행한다. 재학기간 중 급여는 상여금 없이 기본급만 지급되며 학비는 전액 무료다.

정부, 규제는 일반대학처럼 지원은 제로

국내 사내 대학 제도는 1999년 제정된 평생교육법을 근간으로 한다.

아직까지는 삼성전자만이 사내 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이 내년 개교를 목표로 교육부에 인가신청서를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사내 대학이 일반 대학과 같은 규제를 받으면서도 정부 지원은 거의 없다고 한숨짓고 있다.

평생교육법은 고용주가 교육비를 전액 부담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공대는 연간 교육비로만 16억 원을 쏟아 붓고 있다.

또 학교법인 없이 세워진 대학이어서 이 대학의 전임 교수는 사립학교 연금을 받지 못하는 등 교수 신분이 완전히 보장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의 전임 교수 3명은 모두 성균관대 박사 과정의 삼성전자 직원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17일 삼성전자 공대의 운영 실태에 대해 조만간 현장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며 사내 대학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달 중 교육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평생교육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선미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