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퇴출 게이츠 영입

마오는 지고, 게이츠는 뜨고. 중국의 중고교에서 사용되는 새 표준 역사교과서에 국가이념인 마르크스주의와 국부()인 마오쩌둥()에 관한 소개가 크게 줄어든 대신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과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이 새로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교육 당국의 검정을 통과한 이 교과서는 계급 투쟁과 사회주의 혁명 대신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시대 변화에 발맞춰 중국의 교육이념과 방향이 달라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단면인 셈이다.

올가을 상하이()와 칭다오() 등 일부 지역 중고교에서 실험적으로 채택되는 이 교과서는 2010년엔 전국에서 사용될 예정이라고 중궈칭녠()보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등이 최근 보도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개혁개방 이전의 사회주의 사회 소개를 크게 줄인 점. 사회주의 소개는 영광스러운 미래를 이끌 이념으로 소개됐지만 52개 단원 중 하나로 축소됐고 개혁개방 이전의 사회주의 사회는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사회주의 중국의 주춧돌을 놓은 마오는 예우 차원에선지 단 한 차례 언급됐을 뿐이고 자세히 소개되던 대장정이나 난징()대학살도 크게 압축됐다.

특히 1950년대 이래 역사교과서의 주요 부분을 차지했던 마르크시즘은 아예 퇴출되다시피 했다. 사회주의혁명 역시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에 밀려 눈에 띄게 강조점이 약해졌다.

그 대신 JP모건, 게이츠, 뉴욕 증시, 우주왕복선, 신칸센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 밖에 진시황과 분서갱유를 포함한 고대사가 크게 줄어든 반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3개 대표론과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의 조화사회론은 강조됐다.

교과서의 개정 방향과 내용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일부 비판론자도 있다.

대다수 학자는 교과서 개정 방향이 폭력적, 극단적인 관점은 대폭 줄이고 경제 및 정치적 변화 추세에 맞춰 안정과 발전을 추구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새 교과서가 본래의 역사 기술을 너무 줄이고 문화나 현대화 기술에만 치중됐다고 지적했다.

하종대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