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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이길까, 휴대전화가 이길까

Posted September. 06, 20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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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이기태(58) 정보통신 총괄 사장과 황창규(53) 반도체 총괄 사장. 한국의 간판 기업 삼성전자를 이끌어 가는 핵심 중의 핵심 경영자다.

두 사람은 좋은 라이벌이다. 나란히 1999년 부사장, 200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의 양대 주력사업인 휴대전화와 반도체를 각각 맡아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했다. 나이는 이 사장이 황 사장보다 다섯 살 많다.

현재 삼성전자를 총괄 지휘하는 전문경영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는 윤종용 부회장. 1997년 1월 대표이사 사장, 2000년 1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10년 가까이 윤종용 체제가 이어져 온 점을 감안하면 포스트 윤종용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이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임원이 이 사장과 황 사장이고 두 사람도 은연중 이를 의식하고 있다.

막상막하의 뛰어난 실적을 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이 사장과 황 사장.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 발전을 이끄는 이들의 행보가 요즘 부쩍 바빠졌다.

캐시 카우 vs 미래의 성장 동력

이 사장과 황 사장 사이에는 미묘한 경쟁 기류도 흐르고 있다.

지난달 제주 4G 포럼에서 만난 이 사장은 황 사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맡고 있는 분야가 완전히 다른데 무엇을 평가하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그럼 황 사장과 친한 사이냐고 묻자 사장끼리 친하고 말고 할 게 뭐 있느냐고 했다.

황 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이 사장이 이끄는 휴대전화 사업은 시장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반도체 부문은 독자적인 메모리 회로선폭 기술을 갖고 있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의 기술력이 휴대전화 부문보다 한 수 위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와 반도체 부문 실적은 서로 다른 두 사업의 특성을 보여 준다.

매출은 휴대전화 부문이 18조8300억 원으로 반도체 부문(18조3300억 원)을 앞섰으나 영업이익률은 반도체 부문(30%)이 휴대전화 부문(12%)을 앞섰다. 반도체 부문이 설비투자에 6조3300억 원을 쏟아 부은 반면 휴대전화 부문의 설비투자액은 270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전화 부문은 삼성전자의 현금 흐름에 기여하는 캐시 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인 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의 미래의 먹을거리라고 말했다.

저돌적 뚝심형 vs 합리적 수재형

이 사장과 황 사장은 모두 전기공학 전공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 개발을 중시한다. 또 둘 다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점도 있다.

이 사장은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197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통신분야에서 한 우물만 판 뚝심형. 과감한 추진력으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신화를 이끈 그는 진솔하면서 때로 고집스럽다는 평도 듣는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황 사장은 합리적 수재형으로 말솜씨가 뛰어나다. 삼성전자가 파격적 처우를 약속하는 S급 해외 인재로 채용해 공들여 양성한 스타급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선 이 사장과 황 사장의 성향을 절반씩 섞어 나누면 완벽한 삼성전자의 차세대 리더라는 말이 있다면서 두 사람 간의 선의의 경쟁이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