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ired? When did you wake up?(피곤하나요? 여러분 오늘 아침 몇 시에 일어났어요?)
8월 29일 오전 9시 핀란드 엘리메키 시 니니메키 초등학교의 5, 6학년 영어수업. 잠이 덜 깨 졸린 눈을 비비는 아이들이 있는 모습은 한국의 초등학교 1교시 풍경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점이라면 수업의 첫 순간부터 핀란드인인 선생님이 마치 모국어로 묻듯이 영어로 일상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한다는 것.
교사의 첫 질문에 아이들의 대답도 영어로 거침이 없었다.
담당교사인 리사 살미넨 씨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교실 여기저기에서 Seven oclock(7시예요) Maybe at seven thirty(아마 7시 반이었던 것 같아요) 등의 답이 튀어나왔다.
니니메키 초등학교의 영어수업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나누는 대화는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이 아니다. 선생님은 맑은 날인지 흐린 날인지, 추수감사절이 가까웠는지, 개학 직후인지 아이들을 보아가며 수업 상황에 맞게 일상적인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은 그때마다 연상되는 답을 영어로 한다.
이날 공부할 교과서 내용은 제1과 Hero(영웅). 선생님이 교과서 지문을 원어민 발음으로 들려주는 CD를 틀었다. 그러자 펠톨라 티노(11) 군이 No(아니에요)라고 영어로 외쳤다. 살미넨 씨가 실수로 다른 과의 CD를 틀었기 때문. 멋쩍게 웃는 선생님을 보며 학생들은 웃음바다를 이뤘다.
살미넨 씨는 학생들에게 지문을 읽고 핀란드어로 해석하게 한 후 갑자기 라이네 모니카(12여) 양에게 질문을 던졌다.
Have you got a hero?(여러분에게도 영웅이 있나요?)
선생님의 모든 질문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 돌발 질문에 모니카 양은 Yes, maybe I have one, but I dont remember(네, 영웅이 있을 텐데 생각이 잘 안 나네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수도 헬싱키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인 인구 8500여 명의 농촌마을 엘리메키. 이 마을의 니니메키 초등학교는 전교생 29명에 교사가 3명뿐이다. 3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어수업은 두 학년씩 합반으로 진행된다. 학생이 11명인 5, 6학년은 합반해 매주 45분씩 주 2회 영어수업을 한다.
핀란드어는 세계의 어족 중 한국어, 일본어, 몽골어 등과 함께 우랄 알타이어족으로 분류돼 인도 유럽어족인 영어와 어순, 문법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핀란드 교육연구소 칼레비 포이알라 교육고문은 핀란드어는 전치사, 관사 등이 없어 영어와 매우 다른 언어라며 영어를 배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핀란드인 모두가 영어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학교에서 영어를 잘 가르치고 있어서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설명했다.
헬싱키에선 택시운전사들도 영어로 일상적 대화를 할 수 있다. 초등학생부터 중년의 신사까지 길을 지나다 마주치는 핀란드인에게 영어로 길을 물었을 때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모두 학교에서 배운 영어실력이다.
이달 1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초등학교 5학년 영어수업 교실.
영어 테이프를 틀어 놓고 학생들이 열심히 따라하고 있었다. 담임인 정모 교사는 영어수업시간에는 미리 준비해 간 영어문장 이외에는 아이들에게 절대로 영어로 말하지 않는다면서 아이들끼리도 외국에서 살다 왔거나 영어연수를 다녀온 아이가 영어로 질문하면 이상한 아이로 따돌리는 분위기라고 털어놓았다.
왜 핀란드에서는 학교교육으로도 충분한 영어교육이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