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철인부부가 싸우면 우습잖아요

Posted September. 16, 2006 03:50   

中文

운동을 한 뒤 집에서 TV가 없어졌어요. TV가 없어지니까 애들까지도 상대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 줍니다.

한강변을 달리고 온 부부의 웃음이 맑다. 철인3종경기를 즐기는 이기범(45) 이오순(38) 씨 부부.

매일 오전 5시 30분에 기상해서 1시간 30분 동안 운동합니다. 요일을 바꿔 가며 등산 헬스클럽 수영장엘 다닙니다. 일요일에는 철인 동호회원들과 12km 정도 한강변을 달리고요. 오전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저녁에는 일찍 자게 되더군요. TV 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TV를 아파트 경비실에 기증했습니다.

두 딸과 아들도 어린이 수영과 달리기대회에 참가하는 등 온 가족이 달린다. 자녀들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전업주부인 이오순 씨는 주부가 아프면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집니다. 몸이 안 아프고 기분이 좋으니 가족들에게 화를 덜 내게 되더군요.

이기범 씨는 4년 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보강할 겸 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라톤을 하게 되니 이후에는 철인 욕심이 나더군요.

이 씨는 철인3종경기 동호회인 아이언 윙에 가입해 훈련을 거듭했고 지난해 제주에서 킹코스로 불리는 바다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완주했다. 100km 달리기대회에서도 완주했다. 그는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집(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직장(경기 수원시 화성동)까지 40km 정도 거리를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기도 했다.

이오순 씨는 틈틈이 남편을 따라나섰다가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SC제일은행 국제 아이언맨대회에서 킹코스에 도전했다. 파도가 심해 수영대회는 취소됐지만 남편은 12시간 44분, 부인은 14시간 30분을 달려 사이클과 마라톤을 끝냈다.

부부싸움을 아무리 크게 해도 운동하러 갈 때는 꼭 같이 갑니다. 갈 때는 고개 돌리고 가더라도 올 때는 마주보고 웃으며 옵니다. 극한의 고통을 참으며 운동을 하고 나니 웬만한 일에는 내가 이래도 철인인데하면서 잘 참게 되더군요.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