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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다,너는 누구냐

Posted September. 28, 200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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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은 대마불사()?

3개 국책은행은 1950, 60년대 경제 개발이 본격화된 시기에 잇달아 설립됐다. 산업자본 조달, 수출 지원 등이 주요 설립 근거였다. 하지만 경제 부흥의 시대적 소명을 다하면서 국책은행의 정체성 논란이 달아올랐다.

때맞춰 감사원은 26일 금융공기업 경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만한 문어발식 경영을 지적하는 직격탄을 날렸다. 감사원은 국책은행들의 방만한 경영은 물론 설립 취지와 무관한 영역으로 몸집 불리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소매 금융이나 회사채 주선, 해외 진출기업들에 대한 자금 지원, 해외 자원개발 등에까지 업무영역을 다각화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애초 중소기업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은행은 최근 생명보험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5년 안에 자산 200조 원의 공룡 은행이 되겠다는 것이 장기 포석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본연의 업무가 아닌 가계대출 비중만 잔뜩 늘어났다.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전체 대출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은 17.1%로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최근 민간분야에서 치열한 경쟁과 고용 불안이 가속화하면서 봉급 많고 안정적이고 편한, 신()이 내린 직장이란 말까지 듣고 있는 국책은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3개 은행장 모두 재경부 출신

정부도 최근 재정경제부 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책은행 개편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관계 부처나 연구원 간의 의견 조정이 여의치 않아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재경부에 제출한 산업은행 발전 방향 보고서는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을 동시에 수행하는 혼합형 체계로 나아가야 하며 상업금융의 역할은 자회사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회사를 시장에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하라는 감사원의 권고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금융연구원의 보고서를 기초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감사원 권고 내용까지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부는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무마해야 한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 강권석 기업은행장,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은 모두 재경부 관료 출신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개편안 마련도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국책은행 폐지에 대해서는 의견 엇갈려

국책은행들은 쏟아지는 비판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며 내심 불만을 갖고 있지만 이런 반발을 표출할 경우 역풍()을 더 맞을 것이라고 판단해 최대한 엎드리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과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것이지 시중은행들과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측도 자산을 늘리는 것은 결국 중소기업 대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국책은행들을 이대로 남겨 두는 것에는 대부분 반대하면서도 민영화 여부 등 개편 방향에 대해선 각기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고성수(금융론) 건국대 교수는 국책은행들이 영토 확장에 나선 것 자체가 민영화할 때가 됐다는 신호라며 산업은행의 국제금융 부문 등 국책은행들의 경쟁력 있는 부분은 적절히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존재 이유를 긍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 해외 진출 지원, 북한 개발 부문 등은 여전히 국책은행이 아니면 수행하기 어렵다며 국책은행은 개척자로서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부문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