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최근 KT&G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인수합병(M&A)의 새로운 경향, 주주행동주의 세미나에서 글로벌 헤지펀드는 1990년 총 530여 개, 자산 390억 달러에서 올 9월엔 9000여 개, 약 1조2000억 달러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관심은 최근 미국과 유럽을 넘어 중국 한국 등 아시아로 옮아가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를 노리는 헤지펀드
마크 셰이퍼 리먼브러더스 글로벌 M&A 대표는 최근 5년 동안 아시아에 투자한 상위 5개 헤지펀드의 수익이 120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요 국가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의 투명성과 해외자본에 대한 개방성이 높아졌다. 또 사회적으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 주주행동주의가 활동할 여지가 많다.
특히 한국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무()차입경영 등 재무 건전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헤지펀드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성 자산이 많으면 인수 비용이 적고 높은 배당 자사주 매입 자산 매각 등으로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기업은 재무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경영권 방어는 외환위기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주주행동주의=기업사냥꾼
미국 역시 수년간 저금리, 낮은 주식시장의 수익률로 헤지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들의 투자전략도 달라졌다.
빌 앤더슨 골드만삭스 M&A 수석은 초기 헤지펀드는 소수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투자했지만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효율적 자산 배분 등으로 경영진을 압박한다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에 의한 M&A가 총 M&A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1030억 달러)에서 2006년 19월 16%(404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기업, 새로운 현상에 대응해야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의 성공적 투자 사례가 늘고 있어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며 기업은 경영권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평가된 주가 관리뿐 아니라 주주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 경영 전략이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가치를 높인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
리먼브러더스 한국지사의 이민섭 상무는 글로벌 헤지펀드가 한국기업의 목록을 메뉴판처럼 들여다보고 있다며 주가가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기업은 서둘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