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국무부 차관 2명을 동북아시아에 파견해 6자회담 전략 및 대북 제재 이행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조율에 나선다.
국무부는 2일 니컬러스 번스 정무담당, 로버트 조지프 군축비확산담당 차관을 포함한 대표단이 일본(5, 6일) 중국(7, 8일) 한국(8일 오후10일)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대표단에는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재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자들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동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국무부 내 6명의 차관급 가운데 정치군사 분야의 핵심인 두 차관이 함께 동북아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협상과 중재는 번스 차관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는 국방부에서 잔뼈가 굵은 조지프 차관이 맡아 왔다.
대표단 파견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일 미 TV에 출연해 우리에게는 (북한에 적용할) 당근과 채찍이 모두 있다고 말해 두 사람의 순방 임무를 가늠케 했다.
두 사람은 일본, 중국까지 함께 행동한다. 그러나 조지프 차관은 베이징에서 서울을 거치지 않고 모스크바 방문길에 나설 예정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이에 대해 조지프 차관이 한국을 방문하는지 안하는지에 신경 쓰다 번스 차관의 서류가방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찍 역할을 맡은 조지프 차관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데 지나친 의미를 두지 말고, 번스 차관의 묵직한 주문을 주목하라는 얘기다.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에 단호한 요구사항을 쏟아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 가동을 성의 표시 차원에서 즉각 중단하고, 숨겨진 핵시설을 자진 신고해 핵 포기 의사를 입증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요구가 북한에 먹혀들기 위해서는 중국과 한국의 지지가 절실하다. 따라서 번스 차관은 동조하거나, 최소한 북한에 역성드는 일은 말아 달라는 주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도 높은 주문은 자제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성과를 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중요한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즉, 각별한 결과물 도출 주문이 있었던 만큼 한국과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고강도의 요구는 자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지프 차관이 한국에 오지 않는 것에 대해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 지체,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사업의 어정쩡한 처리 등 한국 정부의 태도로 보아 지금 시점에는 논의할 대상이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PSI 참여 확대를 놓고 정부 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PSI 실무 총책임자인 조지프 차관이 방한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조지프 차관이 지난달 라이스 장관과 함께 방한해 PSI 문제를 충분히 협의한 데다 PSI가 국내에서 첨예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문병기 srkim@donga.com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