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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이의 엄마 르 프레지당을 꿈꾸다

Posted November. 18, 2006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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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인 군인 아버지 밑에서 투쟁하며 성장

프랑스에선 요즘 르 프레지당(le president)이냐 라 프레지당트(la presidente)냐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르 프레지당은 남성형 명사로 대통령을 뜻한다. 이 단어의 여성형인 라 프레지당트가 있긴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의미로 쓰이진 않는다. 라 프레지당트에도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야 하느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이런 논쟁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16일 사회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세골렌 루아얄 의원이다. 루아얄 의원이 프랑스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면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놓고 벌써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여성이라는 사실을 내세운다면 라 프레지당트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강조한다면 르 프레지당으로 쓰는 것이 적당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 자체가 루아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1953년 세네갈 다카르에서 육군 대령의 8남매 가운데 넷째로 태어난 루아얄 의원의 인생사는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도전사다. 그의 아버지는 여자가 할 일은 자식을 낳는 일뿐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루아얄 의원은 아버지의 권위에서 독립하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국립행정학교 출신 엘리트 코스 밟아

루아얄 의원은 아버지에게서 독립한 후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다. 대학을 마친 뒤 엘리트 관료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다시 다녔다. 현재 동거 중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와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가 그의 동기생이다.

그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미테랑 정권에서 1992년 이후 가족 장관과 환경 장관을 역임하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수호하고 아동 보호, 여권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성 출산휴가 도입, 아동 포르노물 척결 등이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그러다 2004년 지방선거에서 프랑스 서부 푸아투샤랑트 지방의회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 지방의회 의장이던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물리쳤기 때문이다.

여성의 섬세함-친근함으로 승부

여성 특유의 강점도 그의 인기에 한몫을 했다. 정식 결혼이 아닌 파트너 형태로 살고 있는 올랑드 당수와의 사이에 네 자녀를 뒀다. 루아얄 의원은 어머니 노릇도 충실히 하면서 정치적으로도 성공했다는 점에서 대중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1년 전 루아얄 의원이 대권 도전 선언을 하기 전까지 그를 대통령 후보로 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루아얄 의원이 1년 만에 급부상한 것은 신선한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좌파이면서도 우파에 가까운 주장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사회당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주 35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고, 범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군대로 보내야 한다는 우파적인 발언도 과감하게 했다.

이런 그를 두고 정통 사회주의자들은 사회당의 가치를 퇴색시킨다고 비난했다. 또 경쟁자들은 외모를 내세워 대중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비아냥거렸다. 루아얄 의원의 인기가 상승하자 각종 시사지, 대중지, 여성지들은 올해 들어 경쟁적으로 루아얄 의원을 표지에 실었다. 지난여름에는 비키니 차림으로 휴가를 즐기는 사진이 잡지 표지에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선 언제나 루아얄 의원이 좌파의 선두 주자였다. 여권의 대항마로 루아얄 의원밖에 없다는 현실 때문에 사회당 당원들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의 새 대통령을 라 프레지당트라고 부르는 혁명이 일어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