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2-0, 1-0.
8강에 올랐지만 후련하진 못했다. 핌 베어벡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골을 먹지 않은 게 행운이라고 안도의 한숨까지 내쉬었다.
한국축구대표팀(23세 이하)이 6일 카타르 도하 알라얀경기장에서 열린 도하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B조 리그 최종전에서 답답한 경기를 벌이다 오범석(포항 스틸러스)의 결승골 덕택에 바레인을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3연승을 기록해 조 1위로 8강에 올라 F조의 1위가 유력시되는 북한(1승 1무) 또는 일본(2승)과 10일 맞붙게 됐다.
약체 방글라데시(3-0 승), 베트남(2-0 승)전에서 보여줬듯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바레인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7위로 한국(51위)보다는 한 수 아래.
한국은 박주영(FC 서울)을 원톱에, 염기훈(전북 현대모터스)과 이천수(울산 현대)를 좌우 날개에 포진시키고 김두현(성남 일화)을 공격형 미드필더, 이호(제니트)와 오장은(대구 FC)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시켜 다득점을 노렸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후반 날린 슈팅이 6개였고 유효슈팅도 단 2개.
조원희(수원) 대신 이날 선발로 나온 오범석은 후반 12분 김두현이 아크 정면에서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으로 볼을 밀어주자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왼발 슛을 날렸다. 볼은 미사일처럼 25m를 날아가 바레인 골키퍼가 꼼짝할 수 없는 네트 오른쪽 상단에 그림같이 꽂혔다.
오범석은 2003년 K리그에 입문해 올해까지 네 시즌에 93경기를 뛰었지만 국가대표로서 존재는 미미했다. 하지만 오범석은 포항의 지원을 받아 브라질 유학을 다녀왔고 수비수는 물론 미드필드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추고 있던 유망주. 이날 감춰진 잠재력을 발휘한 것이다. 오범석의 아버지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지냈고 실업축구연맹 사무국장도 맡았던 오세권 씨.
한편 골잡이 박주영은 경고 2회 누적으로 8강전에 나갈 수 없게 돼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골 결정력에 구멍이 생기게 됐다.
양종구 yjongk@donga.com